[박승찬 칼럼] 홍콩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는?

2019-08-22 09:31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미·중 무역협상 난항 그리고 홍콩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대내외적으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새로운 차이나 솔루션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30일 중앙정치회의와 이어지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등 매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소문이다.

사실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이 되는 매우 의미 있는 해인데, 대내외적인 이슈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당면한 악재를 중국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 해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홍콩사태 해결을 위한 중국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과 미·중 간 환율전쟁이 어떤 식으로 확전될 것인가에 대한 이슈는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과연 중국이 어떠한 해법을 내놓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은 현재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에 집결해 있다. 인민해방군은 자체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무장병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였고, 서방매체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크게 네 가지 관점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득보다 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다민족 사회주의 체제로 국내 안정이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홍콩에서 재현될 경우 향후 중국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와 민주화에 대한 이념논쟁과 당위성에 대한 불필요한 정쟁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 이후 천안문 사태는 중국에서 금기어로 아킬레스건이 되었고, 중국정부의 철저한 통제와 감시로 인해 지금의 중국 젊은이들의 기억 속에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30년이 지난 지금 홍콩사태가 또 다른 중국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초 진행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도 홍콩사태는 당연히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큰 화두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정치가 경제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체제 불안정 속에서는 그 무엇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이 홍콩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이슈에 따라 미국과의 패권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비록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사태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서로 냉정해야 한다고 애기하지만, 속내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무력진압을 은근히 바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미·중 간 패권경쟁에서 미국은 제3세계권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며 더욱 강력하게 중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진핑 주석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당헌으로 삽입되어 국가차원의 전략으로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주변 국가들로부터 일대일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홍콩 이슈로 기존 중국편에 있던 국가들도 이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의 리더십과 소프트파워 동력의 부재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시점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주변 국가들이 점차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한 중국 전·현직 관료 및 중국과학원 등 각계 전문가 원로들은 향후 일대일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도 지난 천안문 사태의 재현을 원치 않을 것이다.

넷째, 타이완 문제해결을 위한 동력 기제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1국가 2체제)는 타이완을 흡수 통일하기 위해 덩샤오핑이 제시한 통치방식이다. 만약 무력으로 홍콩 시위를 진압한다면, 타이완에 있는 친중 성향의 국민당과 그 지지층에 큰 충격을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년 초로 다가온 타이완 총통선거가 현재 국민당 한궈위 후보와 재선을 노리는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간 박빙인 선거경쟁에서 이번 홍콩사태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에 따라 선거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중국정부는 홍콩 내 친중 매체 세력을 동원하여 홍콩의 대외이미지 추락, 경제파탄의 원인 제공 등의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자체적인 시위해산 노력과 중앙정부 차원의 경제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는 온건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무장투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른바, ‘강온 포위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국이다. 중국 IT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반도체, 전기전자, 기계설비 부품의 대(對)홍콩 수출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화장품, 영유아 제품 등 소비재 제품의 대홍콩 수출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홍콩 항셍지수에 연동된 국내 ELS 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홍콩 내 글로벌 자본들이 싱가포르로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홍콩시민들조차도 자기자산의 해외반출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추세이다. 우리 금융권과 관련 소비재 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과 접근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