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NOW] IB귀재 정일문 사장과 코웨이 리스크
2019-09-09 07:00
'코웨이 재매각'에 평판 리스크 불가피
대표주관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의 입장이 난처할 수밖에 없다. 투자은행(IB) 귀재로 불리는 정일문 사장이 이 고비를 잘 넘길지 주목된다.
◆28년간 IB부문에서 활동한 전문가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매각작업이 진행되면서 정일문 사장의 IB 역량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정일문 사장은 1988년 동원증권(2005년 한국투자증권과 합병)에 입사했다.
그후 28년 동안 IB본부에 몸담으며 IB전문가로 평가됐다. 실제 여러 빅딜을 성사시켰다. 2004년 LG필립스 LCD(현재 LG디스플레이) 한국대표 주관사를 맡아 한국·미국 증권거래소 동시상장에 성공했다.
2007년과 2010년에는 각각 삼성카드, 삼성생명 상장을 이끌어냈다. 특히 삼성생명 기업공개(IPO)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약 4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공모 규모의 삼성생명을 성공적으로 코스피에 상장시켰다. 삼성생명은 상장 첫날 금융업 시가총액 1위(22조원)를 기록했다.
그리고 한국투자증권은 무려 105억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당시 정일문 사장은 기업금융본부장으로서 삼성생명 상장의 모든 과정을 이끌었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에도 승승장구 했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은 408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0% 늘어났다.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186억원이다. 정일문 사장의 목표인 '영업이익 1조 달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코웨이로 골치 아픈 한투증권
그런데 느닷없이 웅진코웨이가 발목을 잡았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재매각에 나서자 정일문 사장의 솔루션이 실패했다는 평도 나온다. 복잡한 채무관계도 있어 한국투자증권은 빠르게 딜을 마무리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그룹의 웅진코웨이 인수 주관을 맡으면서 전체 인수금액의 80%인 1조6000억원을 인수금융과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지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 거래의 최대 채권자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빌려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에 웅진코웨이를 팔아야 한다.
이자비용과 수수료까지 1조7000억원에 팔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단, 웅진그룹 입장에선 처음 인수금액 2조원 이상을 받아야만 손해를 면할 수 있다. 매각 주체와 주관사의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매각으로 매물이 나온 것부터 실패한 셈"이라면서 “빚내서 인수하고 재무적투자자(FI)가 몰려들지 않아 결국 뱉어낸 것인데, 인수가 완료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결국 제 살 깎아먹은 딜
한국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도 저하됐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을 보면 지난 6월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순자본비율(신NCR)은 440.9%로 지난해 말 875.2%에서 크게 줄었다. 업계 평균(495.4%)보다 낮은 수준이다.
웅진코웨이에 대한 인수금융 등 신용공여 비중이 큰 편으로, 신용위험 수준이 우발채무보다도 높다. 김기필 나신평 연구원은 “사업확대에 따른 총위험액 증가와 특수관계인 채권 등이 증가하면서 영업용 순자본이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의 경우 신NCR비율이 500%선 미만으로 떨어지면 감독당국의 경영개선 관련 제재를 내릴 수 있다. 또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아직 구NCR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 비율)로 건전성을 평가한다. 즉, 한국투자증권의 다른 영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웅진코웨이 매각이 급한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그룹의 매각 결정 뒤 1주일도 되지 않아 다수의 외국계 사모펀드(PEF)에 투자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매각하려는 측이 급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 됐다.
시장은 이번 딜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웅진그룹과 한국투자증권 사정이 시장에 모두 알려진 상황에서 인수후보자들이 1조5000억원 이상을 부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