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코앞인데 갈수록 꼬여가는 남북관계

2019-08-19 00:00
20일 스티븐 비건 방한·한미 연합훈련 종료 ‘변곡점’ 예상
계속 발언 수위 높이는 北…5월 이후 미사일 도발만 8차례

[사진=연합뉴스]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야 할 당사자인 남북관계는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18일 외교부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0∼22일 한국을 찾는다.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준비를 위해 방한한 뒤 처음이다.

하지만 북한은 20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종료일을 앞두고 강경발언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론’을 주창한 바로 다음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 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맞받았다.

외교 당국 안팎에서는 북·미 실무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이 미국과의 ‘직거래’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 남북 간 대화가 쉽사리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대남 공식기구인 조평통까지 남한 비난에 가세한 것은 남북관계가 퇴로를 찾기 어려울 만큼 악화됐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미 정상이 친서를 통해 직접 소통하는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남측과 대화할 필요성도, 동기도 전혀 없어 보인다”면서 “한국이 북측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전향적 판단을 내리거나, 미국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을 거쳐야 하는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남북 대화는 쉽사리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 발사체 도발 일지. [표=박시원 기자]



실제 북한의 대남 비난은 ‘말’과 ‘행동’ 모두 점차 강도가 세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4일과 9일 처음 미사일을 발사한 뒤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정이 보장되고, 담보된다는 철리를 명심하라”고 말했다.

북측은 올 5월 강원도 원산시 인근에서 단거리 발사체 수십발을 쏘아올린 첫 도발 이후 지난 16일까지 최근 3개월간 8차례에 걸쳐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 등 3종의 신형 무기로 모두 남한의 미사일 방어·요격을 무력화할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 부원장은 “정부가 남북관계의 발전적 희망에만 사로잡혀 북측이 남측과의 대화를 완전히 거부하는 현 상황에 대한 위기관리를 잘못한 것”이라며 “조용히 참고 있는 것만이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길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