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패션업계, 온라인·자사몰 확대로 살길 찾는다

2019-08-19 03:19
패션 대기업, 수익성 제고에 효과적인 온라인 강화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 및 자사몰 공격적 운영

패션업계가 오프라인 불황 타개책을 온라인에서 찾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패션 부문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17조5425억원에서 지난해 20조3989억원으로 증가했다.

유통업계 거래 중 70% 이상이 온라인·모바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요 패션 대기업들은 점포 확대 보다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출시·전환하고, 자사몰 운영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패션몰인 ‘무신사’에 브랜드를 입점해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브랜드를 알리기도 한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수익성 제고에 효과적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전략 중심으로 움직이기 쉽기 때문. 또한 수수료 등 고정비 부담을 덜 수 있어 가격도 30% 이상 싸게 내놓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비효율 브랜드의 온라인 전환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몰 SSF샵 앱. [사진=SSF샵]

◆ 삼성물산 패션, 올해 적극적인 온라인 사업 확장

삼성물산 패션부문(이하 삼성패션)은 올해 온라인 확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패션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는 △빈폴키즈 △컨템포러리 남성복 엠비오 △컨템포러리 여성복 오이아우어 등이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디자인과 품질 등은 기존 상품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는 게 특징이다.

삼성패션은 2017년 브랜드를 전면 개편해 내놓은 ‘빈폴 키즈‘에서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은 젊은 부모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약 23% 신장했다. 뒤이어 빈폴의 온라인 전용 상품인 ‘그린 빈폴’과 ‘아이스 빈폴’도 선보였다. 지난달 재출시한 엠비오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무신사에 입점했다. 최근 무신사와 함께 코트 사전판매 이벤트를 진행해 호응을 얻었다. 

자사몰인 ‘SSF샵’은 무서운 성장세다. 지난 2015년 통합 온라인몰로 변신 이후 매년 40% 이상 성장했으며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올랐다. SSF샵에는 삼성패션 브랜드 30여개와 타사 브랜드 900여개 이상이 입점해 있다. 신진 디자이너,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브랜드 등을 한데 모은 ‘어나더샵(ANOTHER#)’도 열었다. 삼성패션 전체 매출 가운데 10%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강화 수혜는 삼성물산 패션 상반기 영업이익에 반영됐다. 전년 동기대비 206.2% 성장한 168억원을 기록했다.

◆ LF, 자사몰부터 전용 브랜드 론칭까지 속도

LF는 온라인 영역 확장에 있어 업계 선두주자다. 일찌감치 △모그 △일꼬르소 △질바이질스튜어트 등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올해 3월 온라인으로 컨템포러리 캐주얼 액세서리 브랜드 ‘HSD’를 선보였다. ‘앳코너’ 등 일부 브랜드도 온라인 사업을 접고,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LF몰은 국내 패션 대기업 자사몰 중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00년 ‘패션엘지닷컴’으로 온라인몰을 개설한 뒤 2010년 ‘LG패션샵’을 열었고, 2014년 ‘LF몰’로 리뉴얼 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사몰 육성에 나섰다.

LF몰에는 패션 브랜드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3월 리빙관을 열어 1600여개 브랜드의 주방용품소가구·건강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는 소형가전 제품을 판매하는 ‘디자인 가전’을 신설했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LF몰 매출은 전체 LF매출 가운데 30% 비중을 차지한다.

 

주요 패션 대기업 실적 및 온라인 전략 [표=아주경제 그래픽팀]



◆ 신세계인터, 명품족 사로잡는 럭셔리몰로 승부

온라인 영역에서는 후발주자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신세계인터)도 온라인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신세계인터는 신세계톰보이에서 운영하는 △남성 일상복 ‘스토리어스’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 ‘엔엔디’ 등을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출시했다. 엔엔디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답게 최신 트렌드에 맞춰 매달 새로운 제품을 기획해 발 빠르게 출시하는 것을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또한 신세계인터는 2016년 9월 오픈한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를 국내 최대 규모 명품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럭셔리 온라인몰로 키우고 있다. 정식 판권을 바탕으로 수입한 60여개의 국내외 패션·뷰티 명품 브랜드를 판매한다. 드리스 반 노튼, 마르니,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그간 국내 온라인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가 패션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고 100% 정품 보증, 무료 수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데 모은 온라인 편집몰 ‘셀렉트449’도 열었다. △고엔제이 △문제이 △유저 등 온라인몰을 통한 판매를 꺼려왔던 일부 디자이너들도 단독 입점 시켜 경쟁력을 강화했다. 럭셔리 열풍이 불면서,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200% 성장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도 202%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한섬,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온라인 전략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의류 전문업체인 한섬은 적자 브랜드를 철수하는 대신 온라인 채널 공략에 무게를 실었다. 대표적으로 가방 브랜드 ‘덱케’를 지난 5월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한섬이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놓은 것은 1987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더한섬닷컴의 ‘앳홈’ 피팅 서비스도 출시했다. 앳홈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옷을 입어보고 무료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다. 또 자사 온라인몰인 '더한섬닷컴'을 통해 시스템 등 일부 브랜드의 온라인 전용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한섬의 온라인 강화 전략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섬의 온라인몰 ‘더한섬닷컴’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700억원이며, 영업이익은 245억원(영업이익률 35%)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약 27%를 차지하는 수치다. 
 
◆코오롱인더FnC, 자사몰 전용 상품으로 성장 가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도 온라인 영토 확장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가을 남성복 브랜드 ‘스파소’를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 온라인 전용 핸드백 브랜드 ‘블랭크블랑’을 론칭했다. 지난해부터 △커스텀멜로우 △럭키슈에뜨△ 시리즈 등의 브랜드 온라인 전용 상품도 마련했다.

온라인 전용 상품은 자사몰인 코오롱몰에서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시리즈’의 온라인 상품인 ‘247팬츠’는 누적 판매량 2만장을 돌파했다. 코오롱몰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50% 성장률을 보였고, 지난해 매출 약11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코오롱FnC의 전체 매출 중 약 11%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최근엔 온라인을 신규 브랜드 데뷔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인플루언서와 함께 브랜드를 만드는 커먼마켓을 운영, 가능성을 테스트 한다. 슈콤마보니의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아카이브 앱크’ 브랜드도 이달 말 론칭한다.

◆ 이랜드, 자체 콘텐츠와 온·오프라인 시너지

이랜드리테일은 유아동 3개 브랜드를 키즈 편집숍 ‘루키루’로 통합, 온라인 위주로 전개한다. 아울러 자사 브랜드를 한곳에 집결한 ‘이랜드몰’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패션(스파오 등)부터 유통(NC백화점·킴스클럽·동화백화점 등)까지 입점 브랜드 수만 2500개가 넘는다. 이랜드몰은 지난해 전년동기 대비 150% 성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5%다.

이랜드 관계자는 “오프라인 점포와 자사 브랜드 40여개 등 자체 콘텐츠가 많은 게 이랜드의 장점”이라면서 “차별화 콘텐츠를 무기로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타사 온라인몰을 금방 역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하반기 온·오프라인 프로모션 동시 진행, 매장별 재고에 따라 온라인 바로 픽업서비스 운영 등을 시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