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에 청소, 주유, 세차했는데... 대법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아니다”

2019-08-13 13:24
대법 "회사의 감독없이 자유롭다면 휴식"

노선버스 운전기사가 대기시간에 차량청소와 주유, 세차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시간을 휴식에 사용했다면 근로시간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무와 관련된 부분이 있지만 회사의 통제를 받는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 판결의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근로시간 초과) 혐의로 기소된 코레일네트웍스 곽노상 전 대표(60)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근로시간은 노동자가 실제로 일한 시간을 의미하는데 대기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려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 노동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코레일네트웍스의 경우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킬 근거가 없다며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광명역과 사당역 사이에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다. 이 회사에서 버스기사로 일하던 윤모씨는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해고되자 지난 2017년 5월 곽 대표를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에서 윤씨는 곽 대표가 주당 59.5시간을 일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격일제로 일하는 윤씨 같은 경우 법정 주당근로시간인 52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서는 격일 14시간 52분 미만으로 일해야 하는데, 윤씨는 18시간 53분을 일한 것으로 추산됐다.

검찰은 윤씨의 주장에 정당성이 있다고 보고 곽 대표를 초과근로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코레일네트웍스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1심 법원은 "검사가 주장하는 윤씨의 근로시간에는 대기시간이 포함돼 있는데, 대기시간에 윤씨가 실제로 근무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법원은 "대기시간 중에는 휴식은 물론 차량 주유와 세차, 청소 등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윤씨가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윤씨가 격일 18시간 53분 이상 일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6시간25분 정도는 회사의 간섭이나 감독 없이 휴게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초과근로를 시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사가 격일 17시간을 근무시간으로 합의한 사실이 있지만 이는 임금 보장과 임금산정 편의를 위해 설정한 것"이라며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으니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대법원이 원심을 뒤집으면서 곽씨는 항소심부터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주당 2시간 이상을 추가로 근로시간에 포함시킬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는 이상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