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골프& 休] ‘골프 여제들’도 난감한 퍼팅의 오묘한 세계
2019-08-14 00:01
“퍼팅은 돈이고 드라이버는 쇼”라는 말은 골프계의 정설이다. 평생 ‘방울뱀’이라는 애칭이 붙은 퍼터 하나로 디 오픈 우승 4회 포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5승을 휩쓴 ‘퍼팅 천재’ 바비 로크(남아프리카공화국)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도 프로의 세계에서 꾸준하게 퍼팅의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 선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저는 퍼팅이 좋지 않아서…”라는 말이다.
사실 주말 골퍼들이 투어 프로를 가장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윙도 퍼팅이다. 그래서인지 주말 골퍼들이 연습을 가장 게을리 하는 것도 퍼팅이다. 연습장에서 퍼터를 손에 쥐고 있는 주말 골퍼들은 거의 없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매일 300개 이상의 퍼트 연습을 하면서 그린 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말이다.
이들에게 ‘퍼팅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변이 참 오묘하다. 쉽게만 느껴지는 퍼팅은 골프 여제들에게도 알면 알수록 어려운 세계였다.
올해 주요 타이틀 부문 1위를 싹쓸이 하고 있는 고진영은 시즌 평균 퍼팅 수 29.86개로 45위에 불과하다. 신인상을 받았던 지난해 91위(29.92개)보다는 크게 상승했지만, 그의 말대로 퍼팅이 강한 선수는 아니다. 대신 그린 적중률이 79.6%로 1위에 올라 있다.
‘퍼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박인비다. 그런데 최근 그는 혼란스럽다. 박인비는 “20년간 골프를 해오면서 ‘퍼팅 하나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다 질 것 같이 느껴진다”며 “나도 평생 잘할 줄 알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게 참 공식도 패턴도 없더라”며 마치 ‘득도’를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박인비는 “결국은 마지막은 퍼팅 싸움이라는 말처럼 멘탈이 가장 중요한 클럽인 것 같다”면서 “편하게 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안 될 때도 있다. 심지어 펑펑 놀아도 퍼팅이 엄청 잘 될 때가 있다. 복합적으로 다 잘 돼야 하는 것이 퍼팅인가보다”라고 말한 뒤 그저 미소만 지었다.
최혜진은 ‘그 분이 오신 날’만 바라보며 연습에 전념하는 스타일이다. 최혜진은 “퍼팅은 매일매일 감이 달라서 ‘다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만 잘 되는 것 같다”며 “그나마 퍼팅이 잘 되게 하려면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상 포인트 1위의 조정민은 “넣으려고 하면 잘 안 되고, 편하게 지나가려고 하면 잘 되는 것이 퍼팅”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