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레이더] "日 전범기업 아웃"…민주, 잇따라 관련 법안 발의

2019-08-12 17:40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산 불매' 여론에 발맞춘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기관이 일본 전범기업 관련 수의계약, 투자 등을 금지하는 법안 등이 포함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정부기관이 일본 '전범(戰犯)' 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각 정부 기관장은 일본 전범기업이 투자해 설립한 외국투자법인과 수의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최근 10년 간 정부 각 부처와 산하기관이 수의계약으로 일본 전범기업의 물품을 구매한 건수는 3542건, 구매금액은 943억원에 달한다면서, 한일 과거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전범 기업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구매한 주요 전범기업 물품은 레이저프린트, 전자복사기, 비디오프로젝터, 디지털카메라, LED실내조명등, 저출력심장충격기 등 물품으로, 미쓰비시, 미쓰이, 히타치, 히다찌, 스미토모, 도시바, 후지, 캐논, 니콘, 파나소닉, 니혼, 가와사키 등 일본 전범기업들이 생산한 것이다.

김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최소한 정부의 공공부문 물품 구매에는 전범 기업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 등이 전범 기업과 수의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진전 없이 해당 상임위에 계류된 상황"이라며 해당 법안에 대한 조속한 심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대해서도 전범 기업의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발의에는 민주당 김경협·김정호·김현권·박정·서영교·서형수·신창현·이춘석·정성호·최인호 의원 등 11명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앞서 기재위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도 9일 한국투자공사(KIC)가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을 강제동원한 기록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에는 투자를 제한하게 하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경협 의원이 KI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는 한국 대법원 배상 판결 후 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포함한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지난해 말 기준 4634억원가량을 투자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일제강점기 750만명의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기업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는데도 전범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란 상황에서 국부펀드가 사회적 책임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하는 것은 후손 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개정안 발의에는 김 의원과 함께 민주당 김정우·김정호·김현권·서형수·설훈·송옥주·정춘숙·추미애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등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구매제한 움직임이 경북·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일본 전범 기업 제품을 공공기관에서 구매하지 않고 전범 기업 제품을 알리는 인식표를 부착하는 내용의 조례를 앞다퉈 만들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의 홍성룡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서울시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과 서울시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일본계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업종별로 영향이 점차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사죄 및 배상, 국내에서의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2019.8.7[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