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국채 대량 매도 ‘카드’ 꺼내나

2019-08-11 18:36
인민은행 전 부총재 “中 보유 미국 국채는 美의 약점”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이 1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핵옵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전 관료들이 공식석상에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가 미국의 ‘약점’이라고 언급하면서다.

11일 중국 매체 제멘(界面) 등에 따르면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인민은행 총재는 전날 헤이룽장성에서 열린 ‘제3회 중국40인금융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저우 전 총재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규정한 것은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중국 금융 정책자들은 양국의 장기적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최근 무역전쟁에서 대미 강견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 당국 분위기와 일치한 목소리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1일부터 30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후, 과거보다 강경한 방식으로 미국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몰려 있는 미국 중서부 농업지대 팜벨트를 직접 겨냥한 데 이어 8일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 현상도 용인했다. 포치 현상이 나타난 것은 지난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제재를 검토하고, 추가관세를 계속 추진했으나, 인민은행은 다음날인 9일에도 고시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상으로 설정했다.

이처럼 중국의 계속된 강경 대응으로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 국채 대량 매도까지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이날 천위안(陳元) 전 인민은행 부총재가 이와 관련된 언급을 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천 전 부총재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을 비난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가 미국을 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는 미국이 약점이 없다는 건 아니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또 다른 인민은행 관계자도 “미국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후속 조치들이 시행될 것”이라며 국채 매도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현재 약 1조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이를 매도한다면 미국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아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증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앞서 스티븐 로치 예일대학교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전략을 이미 세우고 있다”며 “미국 국채 매도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데아 인베스트먼트 펀드의 세바스틴 갈리 연구원도 “달러당 위안화가 7위안을 넘어선 것은 중국 정책자들의 대미 강경 대응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미국 국채를 무역전쟁에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는 중국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클 허슨 유라시아그룹 동북아 담당 대표는 “미국 국채 가격 하락은 중국 외환보유액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국채 매도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저우샤오촨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 [사진=인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