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브렉시트 판 뒤집기…"기존합의 없던 걸로"

2019-07-30 07:32
노딜 브렉시트 위험 높아지며 파운드 2년래 최저치
존슨 강경책으로 EU와 대치 …"英 경제 타격 불가피"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총리가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 판 뒤집기에 나섰다. 존슨 총리는 기존의 유럽연합(EU) 이 테리사 메이 전 총리와 체결했던 합의를 폐기하지 않는 한 EU 지도자들과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29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는 새로운 브렉시트 협상을 위해 합의 내 '안전장치'(backstop) 제거와 기존의 EU 탈퇴협정 폐기를 내걸었다.

EU 탈퇴협정에 포함된 '안전장치'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 부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한다.

존슨 총리는 안전장치 조항은 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하면서, EU와의 합의안에서 이 조항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이 전총리 시절에 맺어진 합의안 역시 '안전장치' 조항에 대한 반발로 의회 통과가 지속적으로 좌절됐다. 결국 브렉시트 합의는 부유하게 됐고, 총리는 물러났다.

이같은 존슨의 제안에 대해 EU 지도자들은 거절의 뜻을 표했다. EU 정상들은 메이 전총리와 맺었던 합의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U가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영국은 노딜 브렉시트 외에는 선택지가 남지 않게 된다. 영국이 합의없이 EU 탈퇴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2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전했다. 

존슨 총리는 합의를 바란다면서도, EU의 양보가 없으면 노딜 브렉시트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국가는 필요하다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이 유럽의 국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총리실은 며칠 내 존슨 총리가 EU 정상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은 입장을 다시한번 분명히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영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약세로 돌아선 파운드화가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론을 이끌었던 인물 중 하나인 마이클 고브 영국 정부 국무조정실장은 28일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노딜에 대비해 존슨 총리가 6명의 핵심 각료로 구성된 전시(戰時) 내각을 만들었다"밝혔다. 전시 내각은 존슨 총리, 고브 실장을 비롯해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 스티브 바클레이 브렉시트부 장관, 제프리 콕스 검찰총장 등으로 이뤄져있다. 

영국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대비를 위한 돈풀기에도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자비드 재무장관은 브렉시트 대비 예산 10억파운드(1조4620억원)를 추가로 배정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긴급 편성되는 예산은 국가 인프라 보강을 비롯해 브렉시트 후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이후 대처에 대한 정보 제공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처럼 영국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영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통관 절차가 부활될 경우 영국 내 물자 공급 등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