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태국 경제, 고령화에 발목 잡히나

2019-07-29 19:27
태국 출산율 1.5명까지 떨어져.."2030년 인구 25% 60세 이상될 수도"

태국 경제에 인구 고령화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문제는 주로 선진국이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데 반해 태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는 점이다. 태국 경제로선 미처 번영을 누리기도 전에 고령화에 발목을 잡힐 위기에 빠진 셈이다.

지난달 유엔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태국의 출산율(가임 여성 1인당 출산아 수)은 1.5명까지 떨어졌다. 스위스나 핀란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는 태국에서 60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저하와 평균 수명 연장으로 야기되는 인구 고령화는 어떤 경제국에서건 까다로운 과제로 꼽힌다. 노동력 감소와 노동 생산성 약화가 경제 성장을 짓누르고 의료비와 복지 지출 증가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안기기 때문이다. 

메이뱅크 김응리서치의 추아 학 빈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개도국인 태국이 고령화라는 선진국 문제까지 껴안게 됐다"면서 "인구 문제는 태국에 중대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태국의 고령화 역시 급속한 도시화 및 여성의 교육·사회지출 확대와 맞물렸다. 여기에 더해 1970년대부터 '미스터 콘돔'으로 유명한 사회운동가 메차이 비라바이디야의 주도 아래 피임 및 빈곤 탈출 운동이 확산되면서 출산율 하락이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유엔은 이대로라면 현재 약 7000만 명인 태국 인구가 현 세기 말에는 3분의 1 넘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화는 이미 성장 둔화에 직면한 태국 경제에 더 큰 압박이 될 전망이다. 안 그래도 태국 성장률은 199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연평균 성장률이 5% 중반에서 3% 중반까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성장률이 2.8%가지 둔화됐다. 물가상승률은 1% 아래에 머물고 기준금리도 1.75%에 그친다. 이런 사정은 고속 성장하는 동남아 이웃국보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 훨씬 가깝다. 

반면 1인당 국민소득은 6362달러(약 753만원)에 그쳐, 스위스(7만8816달러)나 핀란드(4만8580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의료비와 부양비를 감당할 여력이 선진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지난 12년 동안 태국의 공공의료비 지출은 연평균 12%씩 불어난 것으로 태국 민간 싱크탱크 태국개발연구소(TDRI)는 추산한다. 동남아 중 최고 수준이다. 태국의 노후연금제도의 경우 알리안츠SE가 조사한 54개국 중 지속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 중앙은행 솜차이 짓수촌 정책위원은 중대한 세제 개혁 없이 노후연금은 15년 안에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역시 보고서를 통해 태국의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이 향후 태국의 경제 성장과 공공 재정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정책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인구 문제와 노동력 부족이 악화돼 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태국이 비교적 이민에 열려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이 점이 심각한 고령화에 시달리는 한국이나 일본과 다른 부분이라고 짚었다. 현재 태국 전체 인력 중 10%는 외국인이며, 대기업일 수록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2006년 군사 쿠데타 이후 수립된 태국 정부가 인구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꼽혔다. 지난 3월 선출된 새 정부 역시 인구 문제 해결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탠퍼드대학 소속 인구학자인 쉬리파드 툴자푸르카르는 태국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태국이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상황은 상당히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