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60억 먹튀’ 호날두 노쇼....손해배상 받을 수 있을까

2019-07-29 15:50
직관 축구팬들, 주최사 상대 집단소송 추진
더페스타·프로축구연맹 위약금 청구예정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FC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더페스타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출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각각 위약금을 요구할 방침이다. 경기장을 찾았던 축구팬들은 주최사를 상대로 단체소송을 추진 중이다.

◆로펌 4곳 집단소송 참가자 모집…“더페스타 채무불이행”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률사무소 명안·명재·율온과 법무법인 오킴스 등이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호날두 결장 사태에 대한 집단소송에 나선다. 

명안은 지난 27일부터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2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단소송 문의나 참여 의사를 밝혔다.

김헌기 명안 변호사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주최사가 호날두가 45분 이상을 출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경기를 홍보해 고가임에도 표가 많이 팔리고 축구팬 다수가 경기장을 찾았다”면서 “호날두가 결장해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만큼 더페스타에 불완전이행 등 채무불이행 관련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손해배상액은 티켓 구매 상당액으로 청구할 것”이라며 “더페스타가 호날두 결장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과실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킴스도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주장하며 더페스타를 상대로 한 소송단을 모집하고 있다.

강준우 오킴스 변호사는 “더페스타는 사전에 광고한 대로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입장권·광고료·중계권료 수익에 위약금까지 확보하게 됐다”면서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주최 측 안일함 때문에 경기를 직관한 축구팬들이 모든 피해를 떠안게 된 만큼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재도 인터넷을 통해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율온도 “성공보수 전액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기부하겠다”며 소송 참여 희망자들을 모으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더페스타, 유벤투스에 위약금 청구예정…수령은 불투명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는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K리그 선발팀(하나원큐 팀 K리그)과 친선경기를 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인 호날두가 직접 경기에 뛴다는 홍보 덕에 지난 3일 판매에 들어간 6만3000여장의 경기표는 발매 2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40만원에 달하는 가장 비싼 좌석인 프리미엄존 표도 15분 만에 매진됐다. 입장 수익만 6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호날두는 경기 당일 단 1초도 뛰지 않았다.

이번 행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더페스타는 자신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7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유벤투스와 체결한 계약서에 호날두가 최소 45분 출전하는 것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고 밝히며 영문 계약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호날두가 불참한다는 어떤 사전 통보도 받지 못했고, 수차례 구단 관계자들에게 호날두 출전을 요청해도 어떤 답변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더페스타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위약금을 청구할 방침이다. 더페스타가 밝힌 위약금 규모는 대전료의 4분의 1 이하다. 이번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가 받은 대전료는 300만 달러(약 35억원) 수준이어서, 위약금은 75만 달러(약 8억8000만원)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맹은 주최사에 위약금을 요구할 예정이다. 연맹 관계자는 “더페스타와 계약을 하며 ‘호날두 최소 45분 출전’ 등을 위반하면 위약금을 물도록 했다”면서 위약금 청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유벤투스 친선경기를 더페스타에 일임하면서도 ‘호날두는 45분 이상 출전하고 유벤투스 주전급 선수들이 경기에 뛰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도록 요청했다. 이후 주최사와 유벤투스 간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들어간 것도 확인했다. 2010년 메시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였다.

리오넬 메시는 2010년 FC 바르셀로나 선수로 K리그 올스타전에 출전하면서 애초 30분을 뛰기로 했지만 후반 막바지에 15분만 출전했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대전료 30억원 가운데 20%(6억원)를 위약금으로 책정했고, 메시가 계약 출전 시간의 절반만 출전하자 3억원을 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 이사(변호사)는 “이번 친선경기에서 ‘호달두가 경기에 출전한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 됐거나 구두라도 상호 합의돼 있다면 유벤투스에 위약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벤투스 측이 위약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해외 법정에서 소송을 벌여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는 “국내에 유벤투스 재산이 없으면 이탈리아에서 소송을 해야 한다”면서 “설사 국내에서 재판이 열려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탈리아에선 현지법상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출전 예외 조항도 변수다. 더페스타가 공개한 계약서 내용을 보면 호날두가 경기 전 워밍업 때 부상을 당하거나, 경기 도중 부상을 당하면 결장이나 45분 이내 출전이 허락된다. 선수에게 부상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가 있으면 유벤투스에 책임이 없는 것이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친선경기 직후 “호날두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며 방한 전날 결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경기 당일 이탈리아로 돌아가자마자 운동하는 모습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름이 포함된 유벤투스 출전 선수 명단. 2019.7.27. [사진=더페스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