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덕에 금감원 경고에도 달러보험 인기
2019-07-29 15:15
갑작스런 금리 인하에 금감원 주의보 흐지부지
국내 경기가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는 달러보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급격한 인기에 불완전판매를 걱정한 금융감독원이 이달 중순 달러보험에 잘 못 가입하면 환차손 우려가 있다면 경고했으나 국내 금리 인하로 오히려 인기가 더 얻고 있는 분위기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달러보험이 환테크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3년 국내에 달러보험이 처음 팬매된 이후 올해 5월까지 13만4953건(누적 수입보험료 3조5047억원)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5만건이 판매될 정도로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달러 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면 보험금과 중도인출, 보험계약대출, 만기환급금 등을 모두 달러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향후 달러의 가치가 상승해 환율이 오르더라도 환차익에 대한 세금 등이 면제되는 장점이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달 '달러평생보장보험'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달러정기특약과 달러가족수입특약을 출시했다. 매트라이프생명도 '원화내고 달러모아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하나생명도 최근 'ELS의 정석 변액보험(달러형)'을 내놨다.
최근 다소 과열되는 양상에 금감원이 나섰다. 금감원은 달러보험을 판매하면서 환차익만 강조하고 장기 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외화보험 가입시 소비자 유의사항'을 통해 환차손 위험성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환율변동에 따라 소비자가 납입하는 보험료와 수령하는 보험금의 원화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보험료 납입 시 환율이 상승하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보험금 수령 시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의 원화환산금액이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달러보험의 가입 기간이 5년이나 10년 이상으로 장기간이라 그 동안 외국의 금리가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지적 이후에도 달러보험의 판매는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의 지적 하루 뒤 갑작스레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탓이다.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국내 경기 위축이 꼽히고 있는 만큼 안전자산인 달러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달러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영업 현장에서는 달러보험이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금리 인하로 강달러 추세에 투자하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도 "금감원이 우려하는 점을 알 수 있으나 사실 걱정이 너무 과한 면이 있다"며 "오히려 달러보험은 원화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