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봉오동 전투' '주전장' '김복동'…치솟는 반일감정, 극장가도 영향줄까

2019-07-20 08:01

일본 경제 보복 조치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도 '항일 영화'가 습격했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노역 배상 판결을 구실로 반도체 핵심 소재 등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경제 보복' 카드를 내밀었다. 이에 대한민국은 일본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며 "일제를 불매하자"라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일본 물건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을 가지 않는 등 '일제 불매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고 이를 '인증'하고 공유하는 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일제 불매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문화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일본 관련 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면서 관객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반일·항일 감정이 고조되기 전 기획·제작을 마친 작품들이지만, 시국에 따라 '항일 영화'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사진=영화 '봉오동전투' '주전장' '김복동' 포스터]


◆ 관객들 답답한 속 뚫어줄, 여름 기대작 '봉오동 전투'

관객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영화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 ㈜빅스톤픽쳐스 ㈜ 더블유픽처스 배급 ㈜쇼박스)다. 국내 4대 배급사 중 하나인 쇼박스의 텐트폴(유명 감독과 배우, 거대한 자본 투입을 통해 제작해 흥행이 확실한 상업 영화) 영화기 때문. 지금 시점에 개봉을 앞둔 작품인 만큼 관객들의 기대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봉오동 전투'는 '세븐데이즈'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원신연 감독과 '충무로 공무원'이라 불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이 뭉쳐 화제를 모았던 바.

이번 작품에서 유해진은 항일 대도를 휘두르는 마적 출신의 독립군 황해철 역을, 류준열은 명사수이자 냉철한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 역을, 조우진은 뛰어난 언변과 사격 솜씨로 일본군을 저격하는 마병구 역을 연기한다.

배우들은 산속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독립군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었다고. 캐릭터와 가까워질수록 '봉오동 전투'에 임하는 각오 또한 남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제작보고회 당시 유해진은 "봉오동 전투에 관해 깊이 알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를 찍으며 자세히 알게 됐다. '말모이'를 찍으면서도 많은 분이 나라를 지키려 많은 일을 했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교과서에 이름조차 남지 않은 여러분이 우리나라를 지켜왔다는 걸 깊이 느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류준열도 "현장에서 많은 걸 느꼈다. 독립군의 생활을 보며 전쟁보다 참혹한 환경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쓰셨다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며 뭉클함을 전했다.

조우진은 "영화를 촬영하며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전투를 벌인 사람들의 각오와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생각했다. 동료들의 땀 냄새와 함성소리, 땀과 피를 보고 끓어오르는 심장을 안고 전투에 임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남다른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기존 일제강점기 배경의 영화들이 아픔과 고통, 패배의 역사를 다룬 것과는 달리 '봉오동 전투'는 저항과 승리에 관해 방점을 찍고자 한다.

원신연 감독은 "지금까지 이야기하는 역사가 피의 역사, 아픔의 역사를 주로 얘기했다면 (저희는) 저항의 역사, 승리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얘기하는 영화다. (일제강점기 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일본 거물급 배우 기타무라 가즈키의 출연도 화제다. 일본의 우익매체에서는 기타무라 가즈키의 '봉오동 전투' 출연을 두고 "반일영화에 출연한다"며 비난했지만, 기타무라 측은 "좋은 작품과 연기에 대한 신념을 꺾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작품은 이른바 '항일' 메시지를 담은 영화 중 유일한 극영화기도 하다. 승리의 역사를 그린 '봉오동 전투'가 관객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월 7일 개봉.

◆ 다큐멘터리로 보는 항일 메시지 '주전장' '김복동'

일본계 미국인 감독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주전장'(배급 ㈜시네마달)은 일본 '위안부'의 실체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우익들의 협박에도 겁 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소용돌이에 스스로 뛰어든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넘나들며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펼쳐지는 숨 막히는 승부를 담아냈다.

지난 15일 내한한 미키 데자키 감독은 "나는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항상 제3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에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열린 마음으로 인터뷰했고, 정말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태도로 인터뷰를 했다"며 영화를 객관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미키 데자키 감독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일본의 추악한 실체, 영화 개봉 후 일본 반응과 한국 정부의 안일한 대처 방식 등을 담아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과 일본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담겨있고 인터뷰이들 역시 스스럼없이 미키 데자키에게 속내를 털어놔 눈길을 끈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많은 이들이 '주전장'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근 일본 관련 이슈를 꼬집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금 마침 아베 총리가 이슈를 만들어 주셔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 많이 모이고 있다고 들었다. 아베 총리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다"고 뼈 있는 한마디를 더하기도 했다. 7월 25일 개봉.

영화 '김복동'(감독 송원근 배급 ㈜엣나인필름)도 일본 '위안부'의 실체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19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감동 다큐멘터리이다.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전 세계를 돌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을 품고 싸워온 김복동 할머니의 발자취를 담았다.

'자백', '공범자들'에 이은 뉴스타파의 3번째 작품으로 송원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국내 최고 실력파 아티스트인 윤미래가 혼성듀오로 활동하는 로코베리가 작사와 작곡한 영화의 주제곡인 '꽃'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영화의 상영 수익 전액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쓰여 영화 '김복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이 현재 진행 중인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싸움에 동참하고 지지할 수 있게 되었다. 8월 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