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훈민정음 상주본 국가 회수 가능”…회수는 불투명

2019-07-16 14:21
소장자 강제회수 이의소송서 최종패소…보관장소 수년간 공개 안해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유한 고서적 판매상 배익기씨(56)가 문화재청의 상주본 회수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로써 국가가 상주본 확보를 위한 강제집행에 나설 수 있게 됐지만 배씨가 소재지를 밝히지 않아 실제 회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소송 상고심에서 배씨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 판결을 근거로 훈민정음 상주본 회수하려고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냈다.

상주본 소유권 논란은 배씨가 2008년 7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면서 상주본을 처음 세상에 공개하자 상주 지역 골동품 판매상인 조모씨가 “내 가게에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조씨는 배씨를 상대로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듬해인 2012년 조씨가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숨지면서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왔다. 문화재청은 이를 근거로 배씨에게 반환을 요구해왔지만 배씨는 이를 거부했다.
 

배익기씨가 공개한 불에 손상된 훈민정음 상주본. [아주경제 DB]


배씨는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배씨는 상주본 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도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민사판결 집행력이 배제돼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배씨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동일을 판결을 내림에 따라 문화재청은 상주본을 강제회수할 법적 근거를 갖췄다.

다만 배씨만 상주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서 실제로 회수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배씨는 상주본 일부만 공개했을 뿐 소장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상주본이 훼손됐거나 분실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08년 이후 공개되지 않았던 상주본은 2015년 3월 배씨 집에서 불이 났을 때 일부 탄 것으로 확인됐다. 배씨는 화재 당시 집안에 들어가 상주본을 꺼내온 뒤 자신만 아는 장소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