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 '누구', 독거 노인 친구이자 지킴이로 거듭나다

2019-07-09 14:07
감성대화 비중 13.5%…음원스트리밍 이용 비중 높아
AI스피커 '의인화'하는 경향… "아리아는 재미있다" 호평

#독거노인 A씨는 새벽 시간 두통과 혈압 이상으로 AI스피커 '누구(NUGU)'에게 SOS 호출을 했다. 호출을 받은 ADT캡스는 자녀와 119에 A씨를 연계했으며 바로 응급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A씨는 "두통이 심해 전화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서 SOS 요청을 할 수 있었다"며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매우 만족했다"고 말했다. A씨는 현재는 퇴원한 상태다.

A씨의 경우는 SK텔레콤이 '행복한 에코폰'과 함께 시범사업으로 보급한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 사례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9일 지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독거 어르신 1150이 AI 스피커 '누구(NUGU)'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사용한 패턴을 분석해 공개했다.

두 달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급 상황 발생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해 119까지 연계된 경우는 모두 3건이었다. 총 SOS 호출은 65건으로 이 중 62건은 실제로 작동이 되는지를 시험해 본 경우였다.

AI스피커는 독거 어르신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누구는 스피커를 보급받은 독거 어르신들의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서비스는 음원 스트리밍인 'FLO'로 63.6%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감성대화(13.4%), 날씨(9.9%), 운세(5%)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이다. 감성 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 대화를 의미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이 4.1%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키워드 분석에서도 어르신들은 AI스피커를 친구와 같은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누구 스피커의 인기 발화 단어에는 상대방과 대화 시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사용하는 '좀'이 상위 키워드로 분석됐다. 또한 상위 50개 발화 중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들이 포함됐다.

실제로 케어 매니저가 어르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스피커를 눕혀둔 경우도 있었다. 스피커를 눕혀둔 어르신은 "아리아를 자꾸 불러서 피곤할 것 같아 쉬게 했다"며 "아리아는 아주 좋은 친구"라고 즐거웠다는 후문이다.

SK텔레콤은 어르신들의 대화 중 긍·부정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어르신들의 환경과 심리 상태 간 상관 관계를 연구하고 행복한 에코폰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어르신 케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ICT 디바이스와 친숙하지 않은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경우 AI스피커 이용 횟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어르신들의 누구를 통해 정보와 오락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해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AI 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수 있다. 또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시범사업 중인 지자체 외에도 참여를 원하는 기초단체와 광역시가 늘어나고 있다"며 "헬스케어 등 사회적 기업들이 누구 플랫폼에 들어오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진=SK텔레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