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수출규제 거듭 옹호.."약속 안 지키는 나라 우대 못해"

2019-07-03 20:26
日아사히신문, "무책임의 극치..국제 신뢰도 떨어뜨려"
美WSJ, "아베가 트럼프 각본 따라 외교와 무역 엮어"
日경제산업상, "수출규제 철회 전혀 생각 안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수출규제 조치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공세와 다름없다는 지적을 부인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전 돌입을 앞두고 3일 열린 당수토론회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역사문제를 통상정책과 관련시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여서 양국에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자의 지적에 "그 인식은 확실히 잘못됐다"고 받아치며 "역사문제를 통상문제와 관련시킨 게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징용공 문제라는 것은 역사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보복 조치임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안보를 위한 무역관리는 각국의 의무이며, 그 의무 속에서 상대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우대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수출규제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P·연합뉴스]


그러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신봉자를 자처한 아베 총리가 불과 며칠 만에 외교분쟁에서 수출규제를 무기화한 것을 두고 일본 안팎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아사히신문은 3일자 사설을 통해 신문은 또 아베 총리가 정치적으로 무역을 무기화하다간 미국과 중국처럼 될 수 있으며, 향후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에서 신뢰를 잃고 무역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신문은 정부의 주장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수출규제의 정확한 이유와 일본의 안보에 어떻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수긍할 수 없는 변명으로 회피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라고 일침을 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각본을 따라하고 있다고 봤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국을 겨냥한 수출제한을 경제외교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던 아베 총리가 한국을 겨냥해 기술수출을 무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유무역의 선봉에서 국제무역질서의 새로운 지도자로 일본을 부각시키던 아베 총리가 평판의 손상을 무릅쓰고 있다면서, 이달 21일 미국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하나로 묶기 위한 노림수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 매체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 관영 매체 베이징만보는 2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상세히 보도하며 선거에서 극우층 결집을 노린 아베 총리가 이웃 한국을 때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한국 때리기는 앞으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의원 선거 압승을 통해 오랜 숙원 사업인 '전쟁 가능 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는 구상이기 때문에 지지층 결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를 명확하게 자리매김 하는 것이 방위의 근본"이라며 개헌 추진 의사를 선명히 했다. 일본은 오는 4일부터 참의원 선거전에 공식 돌입하며 선거는 21일이다.

한편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4일부터 예정대로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며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출규제로 앞으로 한국 제조업체의 생산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일본 기업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예상되는 것과 관련해 "확실히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오는 4일부터 TV, 스마트폰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리지스트, 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의 확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