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유럽은 여성"...집행위원장·ECB총재 모두 첫 여성

2019-07-03 15:20
EU 차기 지도부 내정...집행위원장 폰 데어 라이엔, ECB 총재 라가르드

"결국, 유럽은 여성이다(After all, Europe is a woman)."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정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새로 꾸릴 EU 지도부 요직 네 자리 가운데 두 자리를 여성이 꿰찬 걸 두고 한 얘기다. '유럽'은 여성형 명사이기도 하다.

EU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EU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60)을 내정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화정책을 총괄할 유럽중앙은행(ECB) 차기 총재 자리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3)가 지명됐다. 유럽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오는 11월 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 ECB 총재가 된다.

나머지 두 요직인 차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43),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72)이 내정됐다. 투스크 의장은 “완벽한 양성 균형이라 기쁘다"고 했다.

 

EU 첫 여성 집행위원장 후보로 결정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 [EPA·연합뉴스]


폰 데어 라이엔은 독일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일하다가 42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중도보수인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니더작센주(州) 지방의원으로 정치무대에 본격 진출해 니더작센주 총리를 지낸 아버지 에른스트 알브레히트의 후광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주 정부 가족부 장관으로 활동하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2005년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2013년 12월에는 독일에서 최초로 여성 국방장관에 오른 '장수' 장관이다.

7명의 자녀를 둔 '다산의 여왕'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에 팔을 걷어붙여 한때 '저출산 파이터'로 불렸다.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제와 최저임금제 등 중도진보 사회민주당이 주장한 정책을 메르켈 총리의 반대 속에서 밀어붙여 주목받았다.

노동부 장관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근무시간 외에는 연락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국방장관이 된 뒤에는 군대를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자'며 사병 복지에 신경을 썼다. 2021년 정계은퇴 계획을 밝힌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내던 2011년 성추문으로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뒤를 이어 IMF의 첫 여성 수장이 됐다. 미국 유학을 거쳐 파리10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은 변호사 출신이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유력 로펌 베이커&매킨지의 회장을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과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IMF 수장에 올라 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재무장관 시절엔 '유로존 최고 재무장관'(2009년 파이낸셜타임스 선정)으로 꼽히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라가르드 총재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통화부양 기조를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달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자산매입) 재개 등 추가 부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오는 9월 이를 행동에 옮길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