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내 역할은 의전외교"

2019-07-03 10:19
멕시코 외교부장관 만난 자리서 밝혀
국가부주석 취임후 왕치산 역할 두고 해석분분

"내 역할은 '의전외교'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1일 베이징 최고지도부 집무실이 있는 중난하이에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이렇게 정의했다.

지난 2017년 10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고령으로 은퇴했으나 5개월 만인 2018년 3월 국가 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왕 부주석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물이다. 대미 교섭 경험이 풍부해 일각에선 미·중 무역협상 막후 조타수라는 관측도 나왔던 그다. 

왕 부주석은 이날 마르셀로 장관에게  "13년이란 세월이 흐르며 당신은 성숙했고, 나는 늙었다"며 "이제 당신은 외교를 담당하고, 난 시진핑 주석을 도와 의전외교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봉황TV이 이날 보도했다. 

왕 부주석과 마르셀로 장관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왕 부주석은 2006년 6월 베이징 시장 재임 시절, 미국·멕시코를 방문해 당시 멕시코 시장 당선인이였던 마르셀로 장관과 처음 만났다. 13년 만에 그와 재회한 자리에서 국가부주석 취임 후 자신의 역할을 처음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것이라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망은 풀이했다. 

의전외교는 중국 국가부주석 본연의 임무다. 실제로 그는 부주석 취임 후 지난 1여년간 외국 귀빈 접대 등 조용히 전통적 의전외교 역할에 충실했다. 하지만 세간에서는 '시진핑 오른팔'로 불리는 그가 지난해 국가부주석으로 '컴백'했을 당시 사실상 국가부주석 신분 이상의 비중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 추측해 온만큼 왕 부주석 역할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대표적인 게 대미외교 '막후' 사령탑이다.  2007~2012년 부총리로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끄는 등 대미 협상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미중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때마다 왕치산이 현재 무역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류허 부총리 대신 '소방수'로 등판할 것이란 소문도 나왔다.

실제로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됐던 지난달 왕 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미국 측에서 거절했다고도 보도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맡았던 커트 캠벨은 지난해 왕 부주석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후 "그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전했다. 

둬웨이망도 왕 부주석이 마르셀로 장관에게 '중국식 인사치레'로 자신의 역할을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가 여전히 중국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특급 소방수’, ‘구원투수’, ‘위기 해결사’는 그동안 왕 부주석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중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1997년엔 금융위기로 혼란에 빠진 광둥성에, 2003년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창궐하는 베이징에 파견돼 특유의 결단력과 카리스마로 위기를 극복해 중국 지도부의 신임을 얻었다. 2012년말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아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며 부패관료를 때려잡는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사진=신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