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분석 29] 교보생명 주주간 분쟁, 그래도 탄탄한 내실
2019-07-09 09:00
IPO 늦춘 신창재 회장, 경영권 사수 위태...브랜드·수익·상품 등은 탄탄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는 부담...디지털과 헬스케어로 새로운 기회 찾기
저성장·저금리 장기화는 부담...디지털과 헬스케어로 새로운 기회 찾기
그렇지만 내실을 더 탄탄히 다진다면 분명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평가된다. 어려움 속에서 새 먹거리를 찾을 기회도 열려있기 마련이다. 데일리동방은 교보생명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편집자주>
◇약점: IPO 연기에 신창재 회장 경영권 흔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 대형 3사 중 하나로 1958년 8월 대한교육보험으로 설립됐고, 1995년 4월 현재 사명으로 바뀌었다. 올해 기준 최대주주는 신창재 회장 및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36.9%다.
신창재 회장은 1996년 취임 이후 회사를 탄탄하게 만들었지만 지금은 경영권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IPO), 풋옵션과 관련 재무적투자자(FI)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회사는 FI들에 △IPO 성공 후 차익 보전 △FI 지분의 제3자 매각 추진 등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FI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며 협상안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해 추진하던 IPO가 미뤄지자 FI들은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신창재 회장은 중재에 나섰고, FI 지분을 얼마에 되사야 할지는 내년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FI는 기업 인수·합병(M&A) 등 자금이 필요할 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일정 수익만을 취하기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
기업 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떨어지거나 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해를 보게 되므로 기업에 풋백옵션 등의 보증이나 담보를 추가로 요구한다. 다만 아직 이런 문제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내부 경영을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공동대표 이사 체제로 바뀌었다"며 "교보생명이 주주의 지원 가능성을 인정하는 회사는 아니어서 주주 변경이 기업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보생명 측은 "지난해 10월 FI들이 컨설팅을 받던 중 이사회가 IPO를 긴급 제안했다"며 "이에 경영진이 컨설팅 결과를 본 뒤 IPO 여부를 결정하려 하자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풋옵션 행사 및 중재 상태에서 IPO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다"며 "기업가치 하락은 IPO 연기 때문이 아닌 재무건전성규제의 불확실성과 저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업계 전반의 현상이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중재재판 결론이 나면 적절한 풋옵션 공정시장가격(FMV)이 정해진다"며 "기존 FI들은 엑시트 전략을 세워 거기에 맞게 교보생명은 IPO를 추진하면 된다"고 해석했다.
현재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그런데 신창재 회장이 풋옵션 행사를 받아주지 않자 지난달 중재재판을 신청했다. FI가 원하는 풋옵션가는 약 40만원으로 신창재 회장이 주장하는 20만원의 2배다.
중재재판에서 FI가 제시한 가격에 가까우면 신창재 회장은 1조원을 어피너티컨소시엄에 배상해야 한다. 신창재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6%, 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4%다. 중재재판에서 풋옵션 가격이 신창재 회장이 원하는 수준까지 낮아지지 않는다면 경영권 확보는 어려워질 수 있다.
한편, 지난 3월 교보생명은 윤열현 보험총괄담당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신창재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신창재 회장이 취임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강점: 브랜드·수익·상품 등 탄탄한 내실
탄탄한 영업기반, 상품 기획력 등은 교보생명의 강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영업수익은 4조105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3조6699억원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681억원으로 지난해(2590억원)보다 29% 급증했다.
순이익은 2853억원으로 지난해(1853억원)에 비해 35% 늘었다. 교보생명의 올해 총자산은 112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3%다. 보험금 지급여력 비율(RBC)도 322.09%로 업계 상위권이다. IFRS17에 충분히 대비한 모습이다.
또 교보생명은 총 18개 배타적 사용권을 보유해 생명보험사 중 최고의 상품 기획력과 브랜드 가치를 갖췄다. 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보통 보험상품의 구조가 어려워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회사 자체를 믿고 가입하는 경향이 있어 브랜드 파워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빅3 생보사로 확고한 영업기반도 갖췄다. 특히 보장성 보험, 변액보험에 강점을 보유해 개발능력에서도 경쟁우위를 보인다. 지난해 수입보험료 기준 교보생명의 시장점유율은 삼성생명, 한화생명에 이어 11%로 업계 3위다.
세계최초 교육보험 창안, 국내 최초 암보험과 변액보험 개발, 보장유지 중심의 보험문화 확산 등도 교보생명의 업적이다. 교보생명은 국내에서 상품과 채널 혁신을 최고로 잘하는 생명보험회사, ‘상품, 채널 혁신 No.1 생명보험사’란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상태다.
자산운용도 안정적이다. 교보생명의 1분기 기준 자산운용이익률은 4.25%로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자산부채통합관리(ALM)를 기본원칙으로 세웠다.
여기에 자산듀레이션 확대를 위한 장기자산 매입과 수익률 방어를 위한 운용자산 다각화를 병행 중이다. 국내 수익증권의 경우 부동산, SOC, 신재생분야에 대한 투자가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머니마켓펀드(MMF), 주식형, 채권형 상품이다.
◇위협: 저성장·저금리로 잉여금 여력 불안
그렇지만 저성장·저금리 기조 장기화를 피해가긴 어렵다. 자본규제 강화도 부담이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금융1실 평가전문위원은 "교보생명은 보험사 중 상당히 좋은 재무제표 상태를 갖췄지만, 대형사만 비교했을 때 삼성생명에 비해 잉여금 규모가 작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부채적정성 평가 시 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을 가정하면 부채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순잉여액은 2조원으로 여력이 많지 않다. 과거 판매된 금리확정형 계약으로 금리민감도가 높다.
다만, 김경무 전문위원은 "다른 회사들이 금리 하락기 일제히 만기보유 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자본을 늘렸지만, 교보생명은 이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교보생명은 금리 상승기에 만기보유 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금리 위험에 잘 대응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축성보험 비율이 높아 IFRS17 단계적 도입시 차차 RBC 비율이 낮아질 거란 우려도 있다. 교보생명의 저축성보험 비율은 25.4%(7345억원)이다. 이는 오래된 회사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저축성보험은 회계장부상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되는 탓에 IFRS17에 불리하다.
◇기회: 디지털·헬스케어는 새로운 기회
최근 보험업계 화두인 디지털 혁신, 헬스케어는 기회요인이 될 전망이다. 신창재 회장이 의사출신이란 점에서 기대가 더 크다. 기술과 의료가 만난 획기적인 상품 혁신을 이룰거란 평가다. 신창재 회장은 1996년 교보생명 경영 일선에 있기 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했다.
또 교보생명은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보험사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우선 스마트 자동청구 시스템, 스마트 가족 보장분석 등 상품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또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스마트 자동청구 시스템의 경우 7개 병원과 함께 우정사업부, 교보생명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병원 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자동으로 청구해 지급하는 서비스다.
간편한 인증만으로 보험금 지급까지 한 번에 이뤄져 고객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보험업계 최초 인슈어테크를 적용한 신개념 질환 예측 서비스 ‘평생튼튼라이프’를 개발해 시범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