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담' 바라보는 中·日의 복잡한 셈법
2019-07-01 16:45
미중 합의 직후 북미 회담, 시진핑 존재감 희석
트럼프 견제구 분석도, 中 회담 의미 애써 축소
아베는 아예 패싱…중·일 한반도 전략 변화되나
트럼프 견제구 분석도, 中 회담 의미 애써 축소
아베는 아예 패싱…중·일 한반도 전략 변화되나
역사적인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북·미 대화의 물꼬가 다시 트이자 한반도 문제의 이해 당사국을 자처하는 중국과 일본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국은 이번 회담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성과로 포장하며 선전전에 열을 올리지만 내심으로는 불편한 기색이다. 예상 외로 중국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할 만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일본의 당혹감은 더욱 직접적이다. 맹우(盟友)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미국으로부터 전혀 언질을 받지 못한 탓이다. 향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일 양국이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중국은 남·북·미 간의 '판문점 회담' 개최를 표면적으로는 환영하고 있다.
1일 관영 환구시보는 "(전날) 38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난 것은 격식에 구애받지 않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미 간 정치적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지 않았다면 쉽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할 때만 해도 이 같은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를 중지하고 화웨이 제재 완화를 언급한 게 시 주석이 손에 쥐고 있는 '북한 카드' 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지난달 20~21일 북한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힘 닿는 한 돕겠다"며 적극적 역할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미·중 합의가 이뤄진 이튿날 판문점 회담이 성사되면서 시 주석의 존재감이 크게 희석됐다. 중국이 바라지 않는 상황 전개다.
북·미 대화 재개도 시 주석의 권고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외교'가 더욱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날 복수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김 위원장에게 보냈다고 밝힌 편지는 미국 고위 관료가 일부러 평양을 방문해 전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기 직전이나 혹은 방북 기간 중 친서가 전달된 것 같다"며 "북한은 중국을 의식해 시 주석이 귀국한 이후인 지난달 23일 친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 밀착 행보에 견제구를 날리는 한편 비핵화 협상의 주체는 미국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중국도 편치 않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인민일보는 판문점 회담 소식을 3면 최하단에 간략히 실었고, 전날 CCTV 메인 뉴스에서는 아예 다뤄지지 않는 등 의미 부여를 애써 자제하는 분위기다.
◆日 '재팬 패싱'에 당혹, 중·일 적극 행보 전망
그나마 중국은 판문점 회담 전 북한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일본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회담이 끝난 뒤에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미국의 최대 동맹으로 자부해 온 일본 입장에서는 입맛이 쓰다.
다만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중·일 양국의 입지는 향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북·미 대화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북한이 다시 중국 쪽으로 밀착하는 구심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또 미·중 무역협상이 답보를 거듭한다면, 미국은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이 한반도 정세 개입을 천명한 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앞으로도 비핵화 방정식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