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첫 남·북·미 회동…文대통령 정교한 중재역 빛났다

2019-07-01 00:05
조연 자처 첫 南·北·美 회동 이끌어
답보 상태 '北·美 핵담판' 추동 역할

"조연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용병술이 빛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교한 중재역이 하노이 노딜 이후 한동안 답보 상태에 빠졌던 북·미 핵담판을 추동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30일 북·미 정상 간 만남에서 자세를 한껏 낮추며 로키(low key) 외교 행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도 판문점 초대 받았지만 남북 대화는 다음에 도모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세기의 핵담판' 국면에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북·미 대화 촉진자 역할을 통해 약식이 아닌 정식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려던 포석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파격 회동을 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원래는 GP(감시초소)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서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아주 과감하고 독창적인 접근 방식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군사분계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배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협상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세계와 우리 남북 칠천만 겨레에 큰 희망을 줬다"며 "좋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인공이자, 피스메이커"라고 치켜세웠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한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과 5·26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6·12 제1차 북미 정상회담의 문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7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밝히면서 비핵화 선순환에 불을 지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장기간 북·미 교착 국면이었던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맞이 기념행사에서는 베를린 구상의 후속격인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을 공개했다. 기존의 평화 중심에서 한발 나아가 남북 경협 등 '평화 경제'를 가미한 '통일안보 플랜'이다.

문 대통령은 6월 중순 북유럽 3국(핀란드·노르웨이·스웨덴) 순방에서는 더 적극적 개념인 '국민을 위한 평화'를 담은 이른바 '오슬로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지난 12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라고 설명했다.

냉전 체제를 통한 무역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소극적인 평화'가 아닌 국가와 국민 간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평화를 역설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동북아시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한다"며 "평화가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긍정적 생각이 모일 때,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화 외에는 평화를 이룰 방법이 없다"면서 "지속적인 대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현실성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