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유성엽 “‘공무원 공화국’ 된 대한민국…공공부문 개혁 시급”
2019-06-30 15:09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취임 50일…‘제3지대 신당론’ 설파
“호남 넘는 전국정당, 거수정당 넘어 대안정당 만들 것”
소득주도성장 정책 과속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비판
“호남 넘는 전국정당, 거수정당 넘어 대안정당 만들 것”
소득주도성장 정책 과속 등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비판
그럼에도 19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무소속 출마를 강행, 민주당 텃밭에서 ‘무소속 재선’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다. 20대 총선 역시 그냥 쉽게 가지 않았다. 당시 전망이 밝지 않았던 국민의당에 합류해 이른바 ‘녹색 돌풍’이라는 이변을 일으키며 3선에 성공했다.
유 원내대표는 어렵게 일궜던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결정하자, 이에 반발해 민주평화당 창당과정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했다. 경제 위기 타개의 첫 단추는 공공부문 개혁이라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자리 옆에 놓여 있는 각종 경제지표가 기록된 표를 가리키며 “걱정이 커서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현 정부는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정책 등 잘못 설계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과속으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공무원 공화국’을 깨서 ‘국민 공화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혁신성장이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 때 창조경제와 어떤 점이 다르냐”면서 “두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바로잡기는커녕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혁신성장은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도 복지가 성장을 이끌어가서는 안 되고 성장이 복지를 이끌어가는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까지만 해도 자유한국당의 합의 번복으로 국회가 다시 공전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28일 국회 정상화 합의에 대해서는 ‘반쪽짜리’ 정상화라는 성명서를 내놨다. 정치·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연장에 합의하면서 5·18 망언 의원 징계가 걸려있는 윤리특위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 특위 연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당 기득권 정치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성명서였지만, 3당 원내 교섭대표 체제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소수정당 원내사령탑의 아쉬움도 묻어났다. 국회 정상화와 관련된 입장은 추가 질의 통해 보완했다.
당내 상황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다. 당내 경선과는 인연이 없던 그가 처음으로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평화당은 1%라는 초라한 지지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3일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며 취임일성으로 존재감 확보를 내걸고 ‘제3지대론’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신경전도 한창이다. 당내외적인 상황으로 ‘어렵다’, ‘회의적이다’ 등의 부정적인 질문이 많았지만, 인터뷰 내내 그의 답변은 거침이 없었다.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취임 40여일(인터뷰 기준)이 지났는데 소회가 어떤지.
“당내 선거에서 잘 안 되는 내가 당선이 돼서 그런지 국회가 계속 공전을 했다.(웃음) 열심히 일을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그렇게 되지 못해서 답답한 마음이 컸다.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연장되기는 했지만, 선거제 개혁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물 건너갔다는 회의론이 많은데.
“결국 개헌으로 다시 불씨를 살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따로 놀고 있는데 분권형 개헌이랑 묶어서 처리해야 성사된다. 어차피 그냥 놔두면 표결에서 부결된다고 본다. 본회의 통과도 어렵다.”
-개헌은 선거제 개혁보다 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물꼬를 다시 틀 수 있다.”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의원 정수 확대를 거론했는데 이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현행 300석 유지안은 지역구가 너무 줄어든다. 수도권보다 지방, 지방 중에선 영남보다 호남이 더 축소된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우리 당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 세비, 보좌진, 개인 경비를 50% 줄여서라도 50명을 늘리자는 취지다. 다만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갖는 불신이 깊으니까 관련 규정을 만들자. 일부에서는 슬금슬금 올릴 거라고 하는데 물가 연동률 이상 못 올리게 만들면 된다. 현재 평화당이 주장하는 국민소환제도 그중에 하나다. 결국 국민소환제도 헌법 규정 사항이니 개헌의 필요성으로 귀결된다. 오히려 국회의원을 더 많이 뽑아야만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도 문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계속 재정 확대만 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재정은 상시로 먹어도 되는 영양제가 아니다. 경제가 급격히 좋지 않을 때 처방하는 일시적 치료제일 뿐이다. 의사가 진료를 할 때 진찰을 이렇게 해서 아픈 곳을 찾아내야지 해열제만 먹이고 있다.”
-확장적 재정이 대표적으로 매년 반복되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공감하나.
“이번 추경은 두 가지로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미세먼지·강원도 산불·포항지진 대책 예산은 시급한 만큼 처리해야 한다고 본다. 재해에 대한 추경을 우선 심사하기로 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기 때문에 심사만 제대로 하면 된다. 다만 경기부양 예산은 상황에 따라 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자리예산 20조 예산을 썼지만, 고용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온 것 아니냐. 과연 국민의 혈세를 이렇게 막 써도 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있다.”
-국회의 예산 심의권에 대해서 지난해 법안도 냈는데.
“국회 예산 심의권은 너무 허술하다. 무력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다. 국회가 삭감만 할 수 있지, 증액은 정부의 동의 없이는 못한다. 매년 삭감 2~3조, 증액 2~3조 가지고 떠드는데 예산 심의권이라는 것 자체가 유명무실하다. 결국 정부가 편성하는 것인데 ‘행정만능 국가’가 결코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없는 게 내 소신이다. 개헌할 때 입법기관인 국회가 중심이 되도록 예산 심의권도 손을 봐야 한다. 예산 편성권을 국회에서 가져오고 행정부에는 예산 요구권 정도만 주면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예산 편성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또 ‘국회에 예산권을 주면 말아먹는다’고 할까봐 걱정이다.(웃음)”
-최근 전주 상산고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가 전북 현안 중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전국 11개 시·도 교육청이 모두 교육부가 제시한 커트라인 70점을 따른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80점으로 상한을 높인 순간부터 이미 상산고 죽이기 시나리오는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대하게 위배하는 행위다. 자사고가 자극이 돼서 공교육을 살려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제3지대론’에 대해 설명해달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떠나는 민심이 그대로 한국당으로 가게 내버려 둘 수 없다. 그것은 역사 후퇴이고 반동일 뿐이다. 막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평화당 소속 의원, 국민의당에서 무소속으로 남은 이용호·손금주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활동은 평화당에서 하는 박주현·장정숙 의원,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이상돈 의원 등 사분오열된 세력들을 합쳐야 한다. 또한 민심을 사로잡을 비전과 정책이 있어야 한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한 비전과 정책이 중요하다. 두 가지를 충족시켜 민심을 흘리지 않고 받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자는 게 ‘제3지대론’이다.”
-일종의 한국당을 제외한 부분적 야권 통합인데 그동안 제3신당은 성공 모델이 없었다. 국민의당도 결국 분열됐다. 어떻게 차별화할 생각인지.
“국민의당과의 ‘잘못된 이별’, 바른정당과의 ‘잘못된 만남’으로 시작된 이 상황에서 총선 필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모두가 이견이 없는 안 좋은 상황 때문에라도 제3지대 신당은 반드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보수·진보 등 이념적 잣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차별점이다. 가짜 보수와 진보를 대한민국 사회에서 몰아내야 한다. 탈원전이 이념적인 문제인가. 민주노총을 옹호하는 것이 진보적인 것이냐고 되묻고 싶다. 총선을 통해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기존 한국 정치에서 제3신당은 대선주자급 인물이 구심점이 됐었는데.
“중요한 요소지만, 대선주자에 연연해 (신당 창당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 변화를 거듭하면 내부에서 대선주자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잘 된다 싶으면 외부에서 올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평화당에 어떤 대선주자가 오고 싶겠느냐.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박지원·천정배 의원 등 비당권파가 평화당이라는 ‘작은 그릇’에서도 싸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지도부가) 자강을 한다는데 뭘 가지고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개인의 이해관계, 입지 등을 목표로 당을 운영해선 안 된다. 누가 봐도 바른미래당, 평화당,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가면 전멸한다는 게 현실 아니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이 처리된다고 해도 지지율이 나와야 의석수를 가져가는 것이다.”
-평화당 원내대표로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 원대로서도 입법기관으로서도 헤쳐나갈 과제가 많다. 향후 계획은.
“아무리 정치인이 국민의 불신을 받아도 결국 정치가 해결을 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반복되는 정치 불신도 걷어낼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 양당제라는 적대적 공존 속에서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분권형 개헌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한국 정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원내대표로서는 평화당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민생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잡아 한국 사회 구조개혁에 기여하고 싶다. 또한 지리멸렬한 제3세력들을 정비하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을 과감하게 모으겠다. 호남을 넘는 전국정당, 거수정당을 넘어선 대안정당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대담 = 주진 정치부장
정리 = 김봉철·신승훈 기자 nicebong@
△1960년 전북 정읍 출생 △전주고 △서울대 외교학과 △제27회 행정고시 △정읍시장(민선 3기) △새정치민주연합 전북도당 위원장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사무총장 △제20대 국회 전반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민주평화당 최고위원 △제18·19(전북 정읍)·20대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