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독단과 오기가 부른 상산고 위기
2019-06-25 18:22
전주상산고 박삼옥 교장과 첫 만남은 5년 전이다. 그가 서울대학교를 떠나 지방 고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이유가 궁금했다. 또 상산고에 부는 새 바람을 눈여겨 본 뒤 끝이다. 당시 박 교장은 외국 대학 총장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최종 선택한 곳은 상산고 교장. 굳이 꽃길을 마다한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고향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싶다”였다. 또 “홍성대 이사장이 보여준 교육에 대한 열정에 끌렸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성과는 그 말에 대한 반증이다. 취임 직후 역사교과서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제 상산고는 현대축구단과 함께 전북을 상징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취임 6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기자회견장에 선 박 교장을 지켜보는 마음은 착잡했다. 학교 발전에 힘을 쏟아도 부족할 판국에 이게 뭔가 하는 불편함 때문이다.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관련 법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 시 교육부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재지정과 관련 최종 권한은 교육부 장관에게 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독단과 아집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유은혜 장관은 25일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국정과제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과정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일괄 폐지는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정과 절차가 공정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럴 때 정당성을 획득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즐겨하는 언어도 그렇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 울 것이다.” 상산고 재지정 평가 과정은 공정했는가. 이 물음에 전북교육청과 김승환은 답해야 한다. 드러난 두 가지만 보더라도 공정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다분히 이념을 바탕에 둔 의도적 결정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다음은 적법성 논란이다. 사회통합전형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킨 게 온당 하느냐다. 현행 법은 사회통합전형으로 10% 이상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통합전형은 성적이 아니라도 다른 이유로 선발하는 제도다. 하지만 상산고는 의무적으로 따를 이유가 없다. 정부는 1기 자사고 7개교에는 예외 규정을 두었다. 그럼에도 상산고는 매년 3% 이내에서 선발해 왔다. 탈북자 자녀와 울릉도 학생을 선발한 것은 그래서다. 그러니 오히려 박수를 칠 일이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10%를 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그것도 임박(5월)해서다.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행정은 횡포나 다름없다. 아무리 사회통합전형 취지가 좋아도 적법성을 상실함으로써 반발을 자초한 것이다. 예상대로 상산고는 이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탈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지역사회에서 김승환 교육감을 대하는 시선은 뜨악하다. 이전에도 여러 사안을 놓고 잦은 마찰을 빚었다. 유관 기관과도 삐걱댔다. 불통, 독선, 독단은 그를 바라보는 창(窓)이다. 교육을 이념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삼성사회봉사단 ‘드림클래스’ 사업은 단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사교육 접근이 어려운 농어촌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대학생은 학비를 벌고, 농어촌 학생은 공부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호응이 높다. 그런데 전북만 5년 넘도록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삼성 이미지를 주입시킬 목적”이라며 반대하는 김 교육감 소신(?) 때문이다. 또 마이스터‧특성화 고등학교에 삼성전자 반도체 취업을 금지해 논란을 촉발했다. 근로자들에 대한 기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반(反) 기업 정서와 편향된 이념은 지역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낳았다. 상산고 자사고 폐지 결정 또한 연장선상에 있다. 이념에 사로잡힌 아집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는 비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