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전직 대통령 연설비서관, 강원국 작가가 말하는 '글쓰기로 먹고 사는 법'

2019-06-24 18:38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이 살면서 가장 잘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이번 인터뷰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베스트셀러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의 인터뷰인데요.

저는 이번 강원국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글을 잘쓰기 위한 방법에 대해 다시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의 글쓰기에 있어서 큰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강원국 작가]

Q. 전직 대통령들의 연설비서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 그리고 이제는 라디오 진행자까지 말과 글에 일을 계속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A. 먹고 살기 위해 하는거죠.

Q. 그렇다면 대통령 연설비서관을 하기 전에는 어떠한 일을 하셨나요?

A. 그 전에는 기업에서 회장이나 사장들의 글을 쓰는 일을 했어요.

Q. 살면서 계속 말과 글에 대한 일을 하시고 계신거죠?

A. 네,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 시작하면서부터는 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 그리고 출판사에서 2년 가까이 글을 쓰는 일을 했어요.

Q. 원래부터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셨나요?

A. 아니요. 학교 다닐 때까지는 글쓰기에 관심이 없었고 직장생활 시작하면서부터 글 쓰는 일을 하게 돼서 글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이후, 직장생활 다 끝나고 나와서 월급 받지 않고 지금처럼 강의를 하면서 말에 대한 일을 시작했어요.

Q. 강원국 작가가 생각하는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로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 거고, 그 생각을 만들기 위해서 독서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글의 소재를 찾는 거고, 글을 쓸 때 최대한 성의를 다해서 쓰는 거예요. 성의를 다한다는 것은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것을 말하죠.

Q. 강원국 작가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잘 쓰고 글 쓰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았나요?

A. 전혀 그렇지 않아요. 글 쓰는 것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시작했고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나 재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글은 많이 쓰면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학창시절 강원국 작가는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어쩔 때는 모범생이기도 했고 어쩔 때는 비행청소년이었던 시절도 있었던 거 같아요.

Q. 강원국 작가께서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나 슬럼프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는 어떠한 습관을 가지고 있나요?

A.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글을 안 써요. 우리가 잠이 오지 않을 때 잠을 자려고 계속 노력하면 잠이 더 안와요.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잠을 자는 걸 포기하면 오히려 잠이 오는 것처럼 글쓰기도 글이 안 써질 때는 글을 안 쓰고 다른 일을 하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때, 다른 일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데 제 경우에는 다시 글쓰기에 돌아오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해요. 아무래도 독서와 산책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인데 이런 걸 하다보면 다시 글을 쓰고 싶고, 글이 써지는 때가 와요.

Q. 주로 어떠한 책들을 읽으시나요?

A. 아무래도 제가 지금 하는 일이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라든가 글을 쓰는 일이기 때문에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읽어요.

조금 더 확장해서 말하면 단순히 글쓰기 책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데 알아야 될 것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뇌 과학이나 심리학 그리고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관찰력, 공감력, 질문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책들을 찾아서 읽어요.

Q.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나요?

A. 사람 만나는 건 글을 쓰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죠. 사람에게 듣는 그 사람의 경험이나 생각이 글쓰기에 가장 좋은 소재예요.

우리가 글을 쓸 때 자료를 책이나 온라인 등에서 찾는데, 그것보다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료가 가장 생생하고 가장 최신의 것이고 그 사람한테 한번쯤은 걸러진 정제된 것이기 때문에 그걸 활용하기 위해 대화를 하고 토론하고 경청해야 하죠.

Q. 故 노무현 前 대통령,故 김대중 前 대통령 재임기간 당시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경험과 여러 경험들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어떠한 도움이 되었나요?

A.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가 글을 어떻게 써야 되는지 배운 시기인데, 다른 한편으로는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라도 매일 글쓰는 연습을 하고 배워야 했던 시기예요.

청와대에서 8년 동안 글 쓰는 일만 했고 대충한 것이 아니라 24시간 동안 글 쓰는 것만 생각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아주 밀도 높은 교육과 연습을 했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그때 당시에 글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시는 분들이 계셨나요?

A. 대통령께서 내 글을 고쳐주심으로써 첨삭지도를 받았어요.

Q. 대통령과 회장들의 글을 쓸 때는 강원국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글을 쓰기 어려웠을텐데 그때 당시 썼던 글들이 강원국 작가의 글을 쓰는데 어떠한 것이 묻어났나요?

A. 그분들의 경험과 생각 등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들 말고 뒷 배경인 그분들의 철학이나 세상을 보는 눈과 같은 것들이 저의 글을 쓰는데 있어서 도움이 됐어요.

예를 들어서 김대중 대통령이 무엇을 했다는 건, 예전에 김대중 대통령의 글을 쓸 때는 썼지만 이제 내 글에는 담지 못하죠.

그렇지만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은 세상을 이렇게 보더라”라고 하는 걸 그분께 배웠고 그런 방식으로 지금 내가 세상을 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글을 쓰니까 그런 것들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거죠.

Q.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글을 쓸 때도 모방이 도움이 되나요?

A. 그럼요, 당연하죠. 어찌 보면 모방으로부터 출발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그래서 독서는 모방을 하기 위한 수단이죠.

다른 사람의 문체를 흉내내거나 그 사람의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일종의 모방이죠. ‘글쓰기는 모방 아니면 재현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흉내내거나 그 사람의 것을 내 것으로 다시 한번 소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해요.

Q. 이외에 자신만의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경험과 스토리죠. 사실 글을 잘 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하고 경험이 많으려면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잘 쓰려면 잘 살아야 된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열심히 산 사람이 자기의 이야기가 많고 그 이야기가 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Q. 글쓰기를 하면서 삶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나요?

A. 글쓰기는 자기를 발견하고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리고 글을 씀으로써 자기 치유가 되고 힐링이 돼요.

또, 하나는 글은 나 자신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의 양이 많아지고 글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내 수준이 높아지고 성장했다는 거예요.

이것이 글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면 행복해요.

Q. 학창시절부터 글을 쓰다가 군대에 가게 되면 공백기 동안 글을 별로 쓰지 못하는데, 이러한 공백기 동안에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요즘에 군대는 훈련소 기간 말고는 글을 쓸 수 없지는 않지만 저희 때만 해도 군대에 있을 때 글쓰기가 여의치 않았어요. 그런데 저는 글을 쓰고 싶은 열망과 갈증을 키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글을 못 쓰는 상황에서 나중에 언젠간 글을 써야겠다는 열망 같은 것을 군대에서 키워 나온다면 그건 훨씬 더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강원국 작가께서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좋은 글은 독자에게 무언가를 주는 글이죠. 재미를 주든 감동을 주든 독자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든, 독자에게 무언가를 주고 독자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Q. 말과 글이 개인과 집단의 큰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 강원국 작가께서는 말과 글의 힘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A. 말과 글로 인해 쉽게 세상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움직이기 쉽지 않은데 오히려 글을 쓰면서 바뀌는 건 글을 쓰는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글을 읽고 변화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글을 쓰면서 스스로 변화하는 삶을 사는게 더 맞겠구나싶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어떠한 일을 오래하면 잘하게 된다고 하는데도 오래 많이 쓰면 잘 쓸 수 있다고 보시나요?

A. 저는 말이든 글이든 많이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봐요. 수다를 떤다는 것도 말을 많이 하는 거지만 그걸 한다고 말이 늘지는 않잖아요.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을 전달하는 말을 많이하면 당연히 말을 잘하게 되죠.

글쓰기도 평생 일기를 쓴다고 해서 글쓰기 실력이 늘지 않아요. 자기의 어떠한 주제를 가지고 그것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을 해보고 그런 걸 쓸 때 글쓰기 실력이 느는 것이지, 단순히 글을 많이 쓰고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말과 글이 느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Q. 오랫동안 회사 안에서 대통령의 글을 쓰거나 출판사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쓰셨는데 현재는 안정적인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서 프리랜서로서 일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혹시 다시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드시나요?

A. 그런 생각 전혀 없고요. 회사에서 쓰는 글은 글쓰기가 아니라 읽기와 듣기죠.

결국 회사의 글과 생각을 읽고 상사의 말을 듣고 옮겨 놓는 것이지, 내 글을 쓰는 건 아니죠. 그런 글쓰기는 내 것이 만들어지고 내가 성장하는 글쓰기가 아닌 대신에 월급을 받죠.

한마디로 말해서 내 시간과 자유로운 삶 그리고 나의 성장을 월급과 맞바꾸는 건데 저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Q. 강원국 작가께서는 어떠한 스타일을 가지고 글을 쓰시나요?

A. 저는 최대한 단문으로 군더더기 없이 쓰려고 하는 편이고 글에서 느끼는 느낌을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유쾌하고 웃기면서 무겁지 않은 스타일을 추구하면서 글을 써요.

Q.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많이 쓰면 돼요. 많이 쓰지 않으면서 글을 잘 쓰려고 하는 것은 일하지 않고 돈 벌려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강원국 작가와]

-김호이의 사람들-
인터뷰: 김호이
기사 작성 및 수정: 김호이/ 김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