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소비자보호] 개미들의 무덤 공매도...약발 없는 대책들

2019-07-11 07:00
"공매도 순기능 있지만, 어차피 기울어진 운동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데일리동방] 지난 2012년 셀트리온 시가총액이 2조원나 증발했다. 공매도 투자가 집중된 탓이다.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들에 의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종목이다. 결국 셀트리온 주주들이 폭발했고, 2016년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비중이 전체 거래에서 20%를 넘어서자, 이들은 주식대여 서비스가 없는 증권사로 계좌를 이동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증권사가 계좌 주인의 허락 없이 주식을 대여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공매도 제도는 현실적으로 개인투자자가 이용할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렇다보니 개인들은 공매도 공세를 지켜보며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분명 순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폐지 요구가 거센 이유다.  

◆ 기관·외국인 놀이터 전락한 공매도 제도

공매도는 합법적인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가 대부분이다. 개인의 공매도 거래비중은 1% 남짓이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5조2390억원이며, 이중 개인의 거래는 3327억원으로 1.3% 비중에 불과하다.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참여 자체가 어려워서다. 개인은 기관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고 신용도도 낮아 실질적으로 공매도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매도는 불공평한 제도로 평가된다. 

한 투자전략가는 “개인은 기관보다 자금력과 정보 면에서 열악하므로, 공매도는 형평성에 어긋난 제도”라며 “금융당국과 업계가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참가자들이 불법 행위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증거금을 내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된다. 반대로 빌려온 주식 없이 매도부터 먼저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그런데도 기관과 외국인의 무차입 공매도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에 사상 최대 규모인 75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올해도 4곳의 국내외 금융사가 적발됐다.

불법 공매도를 한 골드만삭스 인디아인베스트먼트(GSII)와 외국 자산운용사 2곳 (OLZ AG, Kepler Cheuvreux S.A), 국내 금융투자회사 1곳 (씨지에스씨아이엠비증권)은 지난 4월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개인·시민단체 공매도 폐지 요구 집단행동 

공매도는 본래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고평가된 주식의 버블을 예방해 적정한 수준에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공매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분명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개인의 접근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공매도는 일상적 버블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의 순기능이 있어 아예 없애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공매도를 악용할 경우 강하게 처벌하고, 외국인과 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도 일상적 전략으로 공매도를 쓸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다. 공매도가 매도를 부추겨 주가 하락을 극대화하고, 현실적으로 공매도에 참여할 수 없는 개인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서다. 개인들은 증권사 계좌 이전 외에 국민청원, 집회 등의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올해 국내외 금융사 4곳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되자 시민단체는 감독기관의 방관을 질책하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공매도 거래 규모만 120조원을 넘었고, 공매도로 지난해 증발한 코스피 시가총액만 무려 262조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현금인출기로 지칭될 만큼,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가 됐다"며 "560만 명에 달하는 개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폐지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한 개인투자자는 “자본시장은 공정해야 하는데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열려 있어 시작부터 공평성에 어긋났다”며 “공매도를 공평하게 만들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하거나, 시장 논리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실효성 있는 대책 

금융당국도 나름대로 대책을 내놨지만, 되레 개인들의 공분만 키웠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개인 공매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활성화 방안에는 증권사 등 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물량을 개인 주식대여에 활용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증권금융의 유통금융 융자를 이용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수료를 높여 대주서비스를 확대 제공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대책 발표 뒤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대주서비스 제공 증권사는 대책 발표 뒤 NH투자증권 한 곳만 늘었다.

개인 대주서비스와 관련한 증권사들의 수수료 구조도 변하지 않았다. 2016년 도입한 공매도 공시제도 역시 반쪽짜리 제도란 평만 남았다. 또 올해 초 당국이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히자, 개인의 공매도 활성화로 이어질 거란 분석도 나왔다. 

전문투자자는 개인에 비해 간단히 주식을 빌릴 수 있어서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투자자 요건이 완화된다 해도 결국 자격요건 문턱이 높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열린 공매도 제도개선 정책 토론회에서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도 현실적으로 서비스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김병연 교수는 기존 불법 공매도 행위자들에 대한 감독·제재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상 규정을 위반한 공매도를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규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운용자산과 수탁액의 규모, 거래실적 등 시장거래 참여율에 따라 일별, 주별, 월별 차입공매도의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도 필요하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시가총액 규모별로 공매도 가능 기업을 차등 선정하는 등 개인도 납득할 수 있고, 시장 논리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