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B가 일삼는 불법공매도 처벌 엄해진다
2019-04-11 21:53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번번이 일삼는 불법 공매도를 앞으로는 더 엄하게 벌한다. 과태료가 많지 않아 걸려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했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규모는 2017년까지 3년 동안 935억원(24건)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차입 공매도만 풀어주고 있다.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즉,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1000억원 가까이 공매도해 시장을 어지럽혔다는 얘기다.
◆과태료 불법액 대비 0.5%도 안 돼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은 1년 전 불법 공매도 혐의로 사상 최대 규모인 75억원을 과태료로 물기도 했다. 당시 이 회사는 이틀 동안 빌리지 않은 주식 400억원(156건)어치를 팔아치웠다. 그나마 과태료가 공매도액 대비 19% 수준까지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또다시 사고를 쳤다. 올해 들어 골드만삭스 인디아가 무차입 공매도 혐의로 과태료 7200만원을 냈다. 회사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오를 만하면 발목을 잡는 공매도를 아예 없애라는 투자자도 많다. 공매도 주체도 외국계 IB가 대부분이라 국부유출 논란까지 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공시는 이달 들어 5일까지만 756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국계 IB가 차지하는 비율은 90%를 넘어섰다. 번번이 과태료를 내온 골드만삭스도 같은 기간 35건을 차지했다.
◆다른 나라는 불법 공매도 중징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고의로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르고 결제하지 않으면 2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달러(약 57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홍콩도 2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부과한다.
우리 정치권에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형사처벌과 과징금 근거를 두었다. 구체적으로는 형사처벌 기준이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액 대비 3~5배 이하 벌금으로 정해졌다. 과징금은 부당이득액 대비 1.5배 이하로 잡았다.
금융위원회도 여기에 찬성하고 있다. 현행 과태료만으로는 불법 공매도로 챙긴 이득을 환수하기 어렵다고 보아서다. 제재가 엄해지면 범죄 재발을 줄일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려면 먼저 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아직 구체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