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로 돈 번 외국계 IB ‘배당잔치’
2019-04-11 08:15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우리나라에서 번 돈을 남김없이 해외 본사에 배당하고 있다. 배당금에는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로 챙긴 돈까지 담겨 왔다. 국내 자본시장이 이런 약탈적인 행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1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보면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얼마 전 2018년 결산배당금 450억원을 영국 본점으로 송금했다. 이는 같은 해 순이익 430억원보다 많은 액수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늘 이런 식으로 배당해왔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800억원(순이익 832억원)과 600억원(604억원)을 본점에 보냈다.
다른 외국계 IB도 비슷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2018년 결산배당액을 900억원으로 정했다. 같은 해 순이익 904억원 가운데 99.56%를 배당한 것이다. JP모건증권(배당 507억원·순이익 507억원)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430억원·437억원), 크레디아그리콜증권(40억원·44억원), 도이치증권(12억원·13억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우리 금융사가 외국에서 이런다고 비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외국계 금융사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투자를 일으키거나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다. 대개 해외 본점이 지시하는 일을 단순 처리하는 지점 형태로 들어와 있다.
더욱이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까지 서슴없이 저지른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얼마 전 이런 이유로 골드만삭스 측에 과태료 7200만원을 부과했다. 증선위는 2018년 11월에도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에 사상 최대 과태료인 75억원을 물렸다. 당시 CGS CIMB증권도 4800만원을 과태료로 냈다.
공매도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주가가 오를 만하면 번번이 발목을 잡아서다. 공매도 주체 역시 외국계 IB가 대부분이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공시는 이달 들어 5일까지만 756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외국계 IB가 차지하는 비율은 90%를 넘어섰다. 번번이 과태료를 내온 골드만삭스도 같은 기간 35건을 차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IB가 불법 공매도로 큰돈을 번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었다"며 "당국이 과거 사례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얼마 전 공매도 전담팀을 꾸리려다가 무산돼 자본시장조사국에 관련업무를 맡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계 IB가 공매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래서 적발 사례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