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훈 기자의 해외주식 '톡'] 이메일의 종말을 알리는 '슬랙'의 성공
2019-06-23 14:21
#오전 8시. 출근해서 이메일 계정을 열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다. CC(참고)로 온 이메일은 왜 이리 많은지.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려고 하면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회의를 마치면 곧바로 보고서 작성에 돌입한다.
일반적인 한국 직장의 풍경이다. 외국인이 보면 일 중독이라고 부를 만큼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많다. 하지만 생산성은 그에 못미친다. 한국의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기준 34.3달러로 OECD 36개 회원국 중 27위다.
수많은 연구에서는 이메일을 확인하는 비효율적인 시간과 수많은 회의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이런 비효율을 해결하는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구글과 트위터, 드롭박스 등을 이 메신저에서 공유할 수 있다. 슬랙만 있으면, 쓸데없는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할 이유가 없다. 회사 구성원 누구나 관심있는 프로젝트에 코멘트를 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
슬랙은 최근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거래 코드도 'WORK'다.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회사 목표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대표는 "슬랙의 성공은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이메일이 5∼7년 내 서서히 종말을 맞이할 것을 보여주는 전조"라고 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도 일찌감치 슬랙의 잠재력을 보고 2017년에 2억5000만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했다. 이번 상장으로 몇 배의 차익을 남겼다.
슬랙은 상장 방식도 직상장 방식을 택했다. 이미 투자자를 통해 8억달러(10조원) 이상 현금을 갖고 있는 슬랙으로서는 추가로 주식을 발행한 이유가 없었다.
아직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은 기대에 못미친다. 이 부분은 다른 IT 스타트업처럼 숙제다.
2013년 태동한 이 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기업의 업무 환경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사장님 저희 회사도 슬랙 써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메일을 한 번 열어본 기자의 넋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