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뒷조사’ 남재준...法 “개인정보조회, 국정원 공식조회 인지 확인해야”

2019-06-18 16:40
재판부 일원 부친상으로 공식 재판 연기...法, 일반 전달사항이라며 檢에 무거운 숙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관련 불법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한 혐의로 1심서 무죄를 받은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74)의 항소심 재판이 시작하기 전부터 검찰 측이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18일 오후 3시 30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 전 국정원장과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57) 등 6인에 대한 1차 공판을 예정했으나 형사12부 일원이 부친상으로 특별휴가를 내며 연기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기일에 절차 관련 일반적으로 전달사항이 있다며 검찰 측에 여러 지적을 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불법 개인정보조회를 했다고 공소장에 기재돼있지만 통상적인 국정원 내 신원조회를 공식적으로 하는 것인지 부터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이 판단한 부정한 목적이라는 것에 대해 수사 방해 인지 아니면 개인정보 보호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공소장으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공소장 변경과 함께 검찰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남 전 원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지만, 국정원 내부 여러 직급에도 항소를 제기하면서도 남 전 원장이 국정원 내 위계질서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확인해야 된다고 전했다.

남 전 원장 측에는 “개인정보 조회가 어떤 목적이었는지 명확히 밝혔냐”며 “옵션이나 수단을 위해 예비적으로 조회를 했는지, 특정 수사 방해 목적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이에 남 전 원장 측은 “정당행위였다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남 전 원장 측에 이런 요구를 하며 “다만 이렇게 미리 말하는 것은 잠정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남 전 원장 등은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혼외자에 대한 첩보를 최초 수집한 후 불법 정보조회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관의 요청에 따라 전 서초구청 과장과 팀장이 혼외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해 국정원에 알려주고도 허위 증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 국정원 정보관 송모씨 등은 서초구청을 통해 혼외자 정보를 받고도 재판에서 허위 증언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1심에서 “남 전 원장이 서 전 차장에게 혼외자 첩보를 검증하도록 명시적·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 전 차장은 같은 혐의로 불법 정보조회 관여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오후 2시를 다음 기일로 잡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에 대한 불법 정보조회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