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진통'에…공공택지 분양 줄줄이 일정 연기

2019-06-16 15:50
고분양가 지적에 과천제이드자이·푸르지오벨라르테 일정 지연
위례신도시 북위례 지역의 민영아파트도 분양 일정 늦춰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신도시에 건설 중인 아파트 전경. [사진= 아주경제DB]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공공택지 고분양가 재검토 발언의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시민단체의 사업자 특혜 시비 논란 등이 지속되면서 사업 주체가 분양 일정을 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새 아파트 분양을 기다려온 청약 대기자들의 청약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지식정보타운 S9블록과 S6블록에서 각각 과천제이드자이와 푸르지오벨라르테가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공급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는 지난달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공공택지에서)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에 동감한다. 적정 분양가 검토에 나서겠다"는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과천제이드자이는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사인 GS건설과 금호산업 컨소시엄이 투자와 시공, 분양을 진행하는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주택이다. 시공 주관사인 GS건설은 당초 LH와 협의해 지난달 말 분양하기로 하고 모델하우스까지 마련했지만 김 장관의 발언에 놀란 LH가 잠정 분양연기를 선언하면서 일정을 못잡고 있다.

토지비 등을 고려한 이 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3.3㎡당 2300만~2400만원대로, 지난달 인근에 분양한 재건축 사업장(3.3㎡당 3253만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 책정됐지만 서민들이 청약해야 하는 공공택지 아파트치고 분양가가 높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있었다.

정부발 분양가 논란으로 인해 뒤이어 분양 예정이던 푸르지오벨라르테의 분양 일정도 지연되고 있다. 이 단지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LH로부터 공공주택용지를 사들여 진행하는 민간분양 아파트다. 업계에선 제이드자이의 향배에 따라 푸르지오벨라르테의 분양시기도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단지들이 고분양가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앞서 공공택지 공급방식을 바꿔 땅값이 오른 영향이 크다. 정부는 과거 전용면적 60㎡ 이하는 조성원가의 90%, 60~85㎡는 조성원가의 110%, 85㎡ 초과는 감정가격으로 분양했지만, 2015년부터는 모든 택지 공급 가격을 감정가로 전환했다.

땅값이 오르면 LH의 개발이윤이 커지는데 공공기관인 LH는 택지 분양 수익을 서민 임대주택 건설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그사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택지 감정가격도 오르자 고분양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다소 가라앉을 때까지 분양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과천제이드자이의 경우 LH가 시행이윤을 포기하는 선에서 분양가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 북위례 지역의 민영아파트도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호반건설이 이달 분양 예정이던 '위례 호반써밋 송파'는 지자체가 분양가심의위원회 개최 등 일정을 2주 정도 순연할 것을 요청하면서 분양 일정도 다음달로 연기됐다. 역시 위례신도시에 분양을 앞둔 우미건설과 중흥건설도 최근 분위기상 심의일정이 늦어질 것을 보고 분양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서울 지역 재건축을 비롯한 민영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이 검토되고 있다. 과천 중앙동 과천 주공1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확정했고, 조합원 이주가 마무리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는 분양가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후분양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면서 분양가 책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사업주체이 분양 일정을 맞추기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다"며 "예비 청약자들도 이런 점을 고려해 내 집 마련 스케줄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