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2의 리사 수' 찾는다…이공계 여성 채용 행사 개최

2019-06-13 16:18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제2의 리사 수' 찾기에 나섰다. 여전히 '금녀(禁女)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이공계에서 여성 인재 채용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유리 천장'을 부수겠다는 각오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경기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이공계 전공 여성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테크포럼 포 우먼'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여성 엔지니어들과 함께 커리어 소개 및 비전 공유, 직무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사내 여성 친화 인사제도 및 조직 문화에 대한 소개도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이공계 전공 여성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 관련 행사를 여는 것은 처음으로,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양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가진 구성원들을 조직해 보다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조기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에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삼성전자는 여성 인재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해왔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 이공계 여성 직원 최초로 임원으로 승진한 장세영 무선사업부 선행요소기술그룹장(상무)이 대표적인 경우다.

장 상무는 30대에 임원 자리에 오르면서 '갤럭시S4', '갤럭시노트3'의 배터리 수명향상 설계를 주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승진 이후에도 '갤럭시S7'의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장 상무 이외에도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CXO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여성 임원은 지난해 기준 57명으로, 국내 매출 100대 기업 중 가장 많았다. 자녀출산 및 양육지원, 유연근무제도 등의 운영의 공로로 여성가족부로부터 기족친화기업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서비스업화'가 부각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성 기술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여성 기술인력의 활용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정밀·에너지 등 공학계열 전공의 경우 여학생의 졸업 비율은 전체 졸업생의 31.1%에 달했으나, 정규직 고용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6.8%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유연성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업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사 수 AMD 회장과 같은 여성 인재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