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불법드론 잡는 '5G 가드 드론'이 떴다

2019-06-13 09:07
SKT·신라대·53사단·한빛드론 협력 '불법 드론 대응 시스템' 시범 구축
드론 탐지·식별·추적 등 단계별 5G 네트워크 기술 적용
유해물질 감시·주요시설 경비 등 '공공 안전 솔루션' 확대 기대

#연막탄을 실은 불법 드론이 김해공항 인근 삼락생태공원에서 비행을 시작하자 이를 감지한 '안티 드론 솔루션'이 경보음을 울렸다. T라이브캐스터 장비를 단 5G 가드 드론이 불법 드론 추적에 나섰다. 가드 드론은 5G 네트워크를 통해 선명한 영상을 전송해 불법드론과 조종사 위치를 파악을 돕는다. 이어 육군 53사단 소속 5분대기조 병력이 '재밍건'을 동원해 불법 드론을 무력화 시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지난 12일, 부산 신라대학교 강당에서는 SK텔레콤의 5G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실시간 화면으로 불법 드론과 이를 조종하던 거동수상자를 제압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중계됐다. 드론에 의한 테러 위협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산·학·군이 협동해 불법 드론을 추적·무력화할 수 있는 공동 대응 체계를 시범 구축했으며 이날 시연에 성공한 것이다. 

SK텔레콤은 부산 신라대학교와 육군 53사단, 드론 솔루션 기업 '한빛드론'과 함께 테러·비행기 충돌 위협이 있는 드론을 감시·추적하는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시범 구축했다고 13일 밝혔다.

◆탐지부터 무력화까지…'불법 드론 대응 체계 수립

[사진=SK텔레콤]


이번에 구축된 불법드론 대응 체계는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위해 요소 제거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탐지 단계에서는 신라대에 구축된 '안티 드론 솔루션'이 작동한다. 이 솔루션은 20m 높이의 신라대 철탑에 설치됐으며 반경 18km 내 불법 드론과 조종사의 위치를 파악한다. 비행 금지 구역 내에 드론이 이륙하면 비상음과 함께 정확한 좌표가 시스템에 표시된다. 안티 드론 솔루션은 90% 이상의 탐지율을 기록 중이며 드론 이륙을 10초 내로 포착한다.

불법 비행을 파악하면 식별과 추적 단계로 돌입한다. 이 단계에서 5G 가드 드론이 출격한다. 가드 드론에는 'T라이브캐스터' 솔루션과 5G 스마트폰이 탑재됐다. T라이브캐스터는 안티 드론 솔루션에 표시된 불법 드론 좌표를 5G 네트워크를 통해 가드 드론에 전달한다. 현장 영상은 신라대와 군 상황실로 전송된다.

LTE 대비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5G 네트워크 덕분에 현장 영상을 생생하고 지연 없이 받아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사용되는 풀HD급 화면은 초당 2~4메가의 용량을 소모하며 향후 4K로 화질이 업그레이드 되면 초당 20~40메가의 트래픽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밍건을 통해 불법드론과 조종사 간 RF 신호를 교란시켜 드론을 착륙시키는 모습.[사진=SK텔레콤]


무력화와 위해 요소 제거에는 육군과 '재밍건(Jamming Gun)'이 활약한다. 재밍건을 소지한 육군 53사단 5분 대기조가 출동해 불법 드론과 조종사 간 RF 신호를 교란한다. 이어 조종사를 제압하고 드론을 지상에 착륙시킨다. 드론을 바로 처리하지 않는 이유는 폭발물이 탑재됐다면 격추하는 과정에서 터져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신라대, 한빛드론, 53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불법드론 대응 체계 수립을 시작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드론에 의한 테러 위험성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 개트윅 공항은 드론의 활주로 침입으로 인해 2박 3일 동안 운영이 중단된 바 있으며 일본에서는 총리 관저에 드론을 통한 세슘 테러 시도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SK텔레콤과 신라대, 한빛드론은 올해 1월 부터 지난 12일까지 김해공항 주변 드론 비행을 추적한 결과 비행금지 구역에서 966건의 불법 비행 시도를 탐지했다. 비행은 모두 김해공항 관제권인 공항 반경 9.3km 내와 낙동강, 사상역, 사상공단 등 부산 주요 시설 상공에서 이뤄졌다.

육안으로 관찰이 어려운 고도 150m 이상 비행이 137건이었으며 야간·새벽 비행도 50건이 넘었다. 김해공항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경우도 있었다.

황광명 신라대 공공안전정책대학원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드론의 공공안전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신라대학교는 불법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내 대학 최초로 구축했다"며 "전국 단위의 통합 대응 시스템이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5G 가드 드론 활용처 '무궁무진'…운용·관제 플랫폼 수익모델 창출

SK텔레콤와 신라대 연구원이 불법 드론 대응 상황실에서 불법 드론 이륙을 파악하고, 상황을 유관기관에 전파하고 있다.[사진=SK텔레콤]


SK텔레콤과 신라대, 육군, 한빛드론 측은 불법 드론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공동 기술 개발,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를 3년간 추진하기로 했다.

불법 드론 대응 솔루션과 '5G 가드 드론'은 국가 주요시설은 물론 학교, 공원 등 공공 안전을 지키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5G 가드 드론에 환경 센서를 장착해 공장 유해물질 발생을 감시하거나 산불 감시에 활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미 T라이브 캐스터와 가드드론은 국내 기관에 보급돼 풍력 발전소 터빈 균열부 파악, 실종자 수색, 해양수산부 적조 감시, 112상황실 순찰차 관제 등에 활용되고 있다.

SK텔레콤은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드론 관제 운용 플랫폼'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계획 중이다. 드론에 어떤 카메라를 설치하느냐에 따라 산업분야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T라이브캐스터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든 드론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영상과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다.

최낙훈 SK텔레콤 IoT/Data 그룹장은 "드론을 만드는 제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협력해서 드론을 운용·관제하는 플랫폼으로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라며 "상업용 드론은 관련 제도가 정비되는 2년 후 활발하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