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려온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구속영장 청구될까?
2019-06-11 14:25
이재용 부회장 측근... 재계-법조 촉각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정 사장이 구속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소환이나 사법처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검찰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없다”면서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응분의 대가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외견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정 사장을 소환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적이 있는 지 등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이 사실상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이 팀장으로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가 과거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사실상 삼성그룹 전체 경영을 총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검찰수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관련 증거자료를 폐기하고 은닉한 것에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직접 개입됐다는 정황도 상당수 포착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 직원들의 자택과 공장 바닥 등에서 빼돌린 회사 전산서버를 발견한 바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와 전자 직원들이 검찰수사에 대비해 민감한 내용이 담긴 노트북과 서버, 서류 등을 폐기한 사실도 확인했다.
당시 폐기된 자료들은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등의 단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 과정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3명과 상무급 2명, 삼성바이오 임원 1명,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 등 삼성그룹 핵심 임원 8명을 구속했다.
법조계에서는 오늘 소환된 정 사장이 이미 구속된 임원들의 직속 상관이나 모회사 상급자라는 점에서 범죄혐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직구조 상 정 사장이 보고를 받지 않았다거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오히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가 TF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물론 검찰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주도한 ‘몸통’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그룹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업지원TF의 업무영역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와 5월 10일 열린 ‘승지원 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주요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역시 이 두 차례 회의에서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방침이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은 하버드 출신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사업지원TF 역시 이 부회장의 경영을 직접 지원하는 ‘친위부대’ 성격이어서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정 사장이 사실상 그룹의 실세라는 견해가 많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향후 행보가 이 부회장과 직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기정사실로 보면서 영장 발부여부와 별개로 이 부회장의 검찰소환 조사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 측은 회의가 열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사업추진을 위한 논의가 있었을 뿐 증거인멸이나 회계이슈를 다루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