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 삼성전자 사장 소환조사...분식회계, 증거인멸 주도 의혹

2019-06-11 11:20
이재용 부회장 검찰조사도 임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11일 오전 8시 50분쯤 정 사장을 소환해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적이 있는 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조사 결과 삼성 측은 회사서버와 직원들의 노트북, 휴대전화 등에서 'JY(이재용 부회장)', '합병', '미전실' 등 민감한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삭제했을 뿐 아니라 서버 자체를 폐기 혹은 공장 바닥 등에 은닉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삼성전자 부사장급 임원 3명과 상무급 2명, 삼성바이오 임원 1명,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임직원 2명 등 삼성그룹 핵심 임원 8명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구속됐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정 사장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물론 관련 증거인멸에 상당부분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과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같은 기능을 하는 곳으로 그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알려져 있다. 검찰은 사업지원TF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물론 검찰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던 만큼 그룹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 주목했다.

이 자리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와 삼성전자 재경팀 이모 부사장 등 수뇌부 등이 참석한 회의로 검찰 수사에 대비, 증거인멸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모임 나흘 전인 5월 1일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위반 사실과 예정 조치 내용을 알리는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내자 검찰 수사를 예상하고 대책 회의를 열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어린이날 회의’ 닷새 뒤인 5월 10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재로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의가 열렸다는 점도 검찰의 의심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와 ‘승지원 회의'에서 증거인멸 계획 등이 입안, 최종 보고, 승인되는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보고 정 사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회의가 열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맞지만 사업추진을 위한 논의가 있었을 뿐 증거인멸이나 회계이슈를 다루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정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조만간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