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슈] '수백억대 부동산 사기사건' 송철호 시장 책임론 '재점화'

2019-06-07 07:33
'사기꾼 변론 의혹 제기' 피해자 모임 "송 시장 '도와주겠다' 약속 안지켜"

지난 5월27일 울산시청 앞에서 기획부동산 피해자들이 울산시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에 울산에서 발생한 '제주도 수백억대 부동산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변론 약속을 어겼다며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떨친 송철호 울산시장의 이중적 모습을 규탄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기획부동산 일당의 변론' 의혹에 휘말렸던 송 시장 측은 당시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지만, 1년이 흐른 지금에는 피해자들이 직접 송 시장의 약속을 거론하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자 곤혹스런 상황에 몰리고 있다.

부동산 사기 피해자 모임은 지난 5월27일 시청 앞에서 송 시장 규탄 집회를 연 데 이어 가까운 시일에 송 시장의 공약 1호로 출범한 시민신문고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키로 하는 등 규탄 강도를 높여갈 방침이다.

송 시장 운영 법무법인 변호사 '사건 수임' 들통
항소심서 피의사실 '일부 무죄'에 뿔난 피해자들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 울산 남부경찰서가 울산에서 기획부동산 법인 3곳을 운영하던 사기단 15명을 검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개발행위가 불가능한 제주도 곶자왈 지역에 타운하우스 개발사업을 한다며 2016년 2월부터 1년여 동안 434명에게서 221억원(최초 피해금액 기준) 가량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이후 피해금액이 1000억대로 늘었고, 피해자들도 1000명대로 불었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11월 29일 일당 10명 가운데 바지 사장에 징역 5년, 임원 3명(실제사장, 아들)에 징역 3∼4년, 또 다른 임원 6명에 징역 1년6개월∼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검찰이 제기한 유사수신행위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피의자들에 대한 형량이 일부 낮아졌다.

평생 번 돈을 한순간에 잃은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은커녕 형사 소송에서마저 낮은 형량으로 귀결되자 분노의 목소리를 송철호 시장에게로 돌리고 있다.

송 시장은 지방선거 이전에 울산에서 법무법인 정우를 운영했다. 이곳 법무법인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남구갑 지역위원장인 심규명 변호사도 함께 근무했다.

문제는 사기 주범들로부터 사건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법무법인 정우'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떨쳐왔던 송 시장(당시 시장 후보)의 이름이 법무법인 정우 소속 변호사와 함께 선임계에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이 이중적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선거때 '핫 이슈'..."사기꾼 왜 변호" vs "몰랐다"
피해자들, 뒤늦게 여론전...송 시장 측 '무대응'


당시 선거가 한창 달아오를 때인 같은해 4월 한국당 김기현 후보 캠프측이 이를 연거푸 집중 공격할 정도로, 이 문제는 핫 이슈였다.

송 캠프 측은 이와 관련, 그때 "다른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한 이후인 2017년 12월말 법무법인에 입사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법무법인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해당 변호사에 알렸다"며 "송철호 변호사는 이같은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사건 수임 연루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그해 3월22일 사건 사임계를 제출한 데 이어 4월6일 법인에서 퇴사했으나, 개인변호사 자격으로 재선임 받아 소송에 참여했다.

송 시장의 당선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이 사건은 지난 5월27일 피해자 30여명이 "송 시장은 왜 사기꾼을 변호했나"며 규탄집회를 열면서 또다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송 시장이 지난해 3월22일 피해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우리 집에서도 부동산사기를 당한 적이 있어 아픔을 잘 알고 있다'며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만난 시점은 자유한국당 김기현 후보 캠프가 4월 두 차례나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이다.

피해자들은 "당시 송 시장(운영 법무법인)이 피의자 사건을 수임한 것과 관련, 항의하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을 때 '도와주겠다'고 약속하고도 시장이 된 뒤에 만나주지도 않는 등 안면을 바꿨다"고 규탄 집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피해자 이모씨는 최근 한 언론사와 통화에서 "당시 사기부동산 측은 집권당인 민주당 실세인 송 시장(당시 변호사)의 영향력을 고려해 (법무법인 정우에) 위임한 것이 아니냐"며 "당시 수임료가 20억원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송 시장이 수임료의 출처가 서민들의 피눈물을 뺀 돈인 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선거 당시 면담에서 나눈 얘기까지 공개하며 송 시장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 반해 송 시장 측은 일주일이 넘도록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