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청룡사 대웅전 기둥 밑서 길이 재는 옛 곡자 나와
2019-06-05 10:57
문화재청은 안성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안성 청룡사 대웅전(보물 제824호) 해체 보수 과정에서 최근 목재 곡자(장변 43㎝, 단변 31.3㎝, 두께 2㎝ 내외)가 나왔다고 5일 밝혔다. 이 곡자는 대웅전 상량문 기록 등을 토대로 볼 때, 1863년(철종 14년) 대웅전 수리공사 당시 기둥의 해체보수 작업 과정에서 넣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곡자는 ‘ㄱ'자 형태의 자로, 전통건축에 쓰인 목재와 석재 길이를 측정하거나, 집 전체의 크기와 비례, 치목(나무를 깎는 일)과 치석(돌 다듬는 일)에 필요한 기준선을 부여할 때 사용한다.
이번에 발견된 곡자는 목조건축물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인 대웅전 뒤쪽 기둥 하부와 초석 사이에서 나왔다. 곡자 주변에 습기 조절 등을 위한 건초류와 고운 황토 등이 함께 발견돼, 후대 사람들이 건물을 지을 때 사용된 치수 단위를 알 수 있도록 한 옛 목수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문하재청은 설명했다.
발견된 곡자는 단변을 10치로 나누어 세부 단위를 ‘一(일)’부터 ‘十(십)’까지 표기하였다. ‘一(일)’에서 ‘三(삼)’까지는 다시 한 치당 10등분을 해 측정의 정밀도를 높였다. 용척(건물의 기본이 되는 길이 단위)에 대해 1차 분석한 결과, 한 자가 313㎜ 내외로, 대웅전의 용척과 정확히 일치했고, 근대에 사용된 303㎜ 용척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313㎜ 기준은 조선 세종대 도량형 통일(1446년)에 따른 영조척(30.65㎝)과 거의 유사하고, 18세기 후대까지 사용된 기준이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정밀실측 조사, 재료(수종) 분석, 엑스레이(X-ray) 촬영, CT(컴퓨터단층) 촬영, 유사 용척 조사연구, 대웅전 수리 이력 분석 등을 추가로 진행해 전통건축 분야의 연구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안성 청룡사 대웅전은 주요 부재의 노후화로 인한 건물 전체 변형이 심해 해체·보수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관계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2016년 6월부터 해체보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