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몰입' 환자 1020대가 많은 이유...정신과의사 연구결과 보니
2019-06-04 17:00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5년간의 내원환자 통계데이터 공개
전체 환자 중 1020대만 93%...스트레스 많은 국내 입시문화 원인으로 지목
전체 환자 중 1020대만 93%...스트레스 많은 국내 입시문화 원인으로 지목
게임과몰입 환자 비율이 학업 스트레스가 가중된 10대와 20대 초반에 몰려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 사회학자들은 한국에 자리 잡은 독특한 입시문화가 청소년들을 게임 이용 장애로 몰아넣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일 게임문화재단이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주최한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움’에 참석해 이 같은 연구데이터를 공개했다.
'게임과몰입 힐링센터 5년간의 성과' 주제 발표에서 공개된 한 교수의 내원자 통계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10대(41%), 20대초반(28%), 20대중반(24%), 30대(7%) 순으로 게임과몰입 환자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공존질환과 부모의 과잉간섭으로 인한 가족문제, 학업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학교환경 등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데이터로 확신한다. 내원환자 통계 연령대를 보면 초등학생은 거의 센터에 안오고 중학생은 돼야 방문하기 시작한다. 부모와 막 갈등이 일어나는 시기, 폭발적으로 문제되는건 이십대초중반이다. 사실 거의 이십대후반까지가 90퍼센트 넘는 방문객"이라며 "내원환자의 심리적 상태를 보면 공존질환 문제, 가족환경문제, 학교문제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경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도 놀이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특성을 설명하며 "게임과몰입은 결과이지 게임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니다. 부모의 억압적이고 과다한 기대가 문제다. 이 모든 것들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중독', '질병'과 같은 명사가 주는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중독, 질병은 명사다. 명사는 놀랍게도 사람의 생각을 멈추게한다. 명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수많은 언어활동 중에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 하지 않기 위해서 쓴다"며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낙인효과가 일으킬 부정적 효과에 대해 우려했다.
'게임과몰입 힐링센터의 역할과 방향성' 발표를 맡은 도영임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부모가 게임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적하고 게임이용자와, 가족, 교사, 연구자, 정책입안자가 모두 참여하는 게임문화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김남욱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과장도 “게임 문제로 내원하면 부모·교우관계가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사회환경적 요인이 청소년 게임과몰입 문제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인터넷기업협회의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포럼에서도 게임과몰입 문제가 부모의 억압, 학업 스트레스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의준 건국대학교 교수는 "게임 이용 시간 보다 중요한 건 자기 통제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스트레스, 부모의 간섭 문제로 나타나다. 한국과 중국은 다른 나라와 명백히 다르게 오랜기간 대학입시제 내려오면서 가족이 개입 많이 하는 문제로 학업스트레스가 크다. 한국과 중국은 이 문제로 (게임과몰입이) 많이 나타나는구나 납득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8일 게임중독(게임 이용 장애)을 질병으로 지정키로 최종 의결했다. 국내 통계청은 오는 2025년 게임중독 질병코드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반영할 전망이다. KCD 도입 시 게임중독 질병과 관련한 보건정책, 치료 및 예방프로그램에 예산 편성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게임중독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을 진행할 계획이다. 게임업계는 게임이 질병을 양산하는 중독물질로 분류돼 10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IT기업들도 디지털콘텐츠 성장이 저해돼 글로벌 IT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