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진짜 DMZ'를 밟다
2019-06-04 15:16
진짜 DMZ는 '화살머리고지 볼 수 있는 철원구간' 오직 한 곳
짙푸른 녹음과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역곡천, 모내기가 막 끝난 드넓은 논 등으로 전쟁의 상흔을 느끼기 쉽지 않다. 감시초소(GP)와 끝없이 이어진 철책, 삼엄한 경계 태세만이 군사지역임을 실감케 할 뿐이다.
접적지역 안보관광이나 평화관광 코스에서 왕왕 DMZ(비무장지대)를 내세우지만 진짜는 대한민국 오직 한 곳뿐이다. 지난 1일 일반 공개된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에 대한 이야기다.
진짜 DMZ 관광 코스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일반인들의 신청도 폭발적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오는 10일까지(화·목 휴무)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방문 경쟁률은 평균 18.5대 1에 달한다.
철원 구간의 출발 지점은 6·25 전쟁의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전적비. 목적지는 '화살머리 고지'의 감시초소(GP)다.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내려다보이는 6·25를 상징하는 625그루의 자작나무 사열이 장관이다. 6.25전쟁이 터진 해인 1950년을 의미하는 50m의 깃대봉, 9사단을 지칭하는 22.5m 전적비, 어느 것 하나 의미 없는 것이 없다.
백마고지 조망대부터 화살머리고지가 보이는 공작새능선 조망대 구간 3.5㎞를 걷다 보면 DMZ 남측 철책 너머로 광활한 DMZ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백마고지 남서쪽 3㎞ 지점에 있는 화살머리고지는 지형이 삼각형 모양의 화살머리와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구릉의 높이(해발 281m)를 따 '281고지'라고도 부른다. 북한 초소가 코앞인 GP를 민간인에게 상시 공개하는 것은 분단 이후 최초다.
화살머리고지 입구에 닫혀 있던 통문이 열리자 자연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은 민둥산. 9·19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유해발굴 현장이다. 현장에 투입된 병력들을 실어나른 수십 대 버스가 인상적이다. 투입된 병력들은 오전 7시 40분부터 오후 3시 30분 정도까지 매시간 40분을 작업하고 그늘 막을 친 쉼터에서 20분 휴식을 취한다. 더워지는 날씨에 한 시간가량 작업 시간은 줄어들 예정이다.
화살머리고지는 6·25전쟁 당시인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모두 3차례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유명하다. 국군 제9사단과 2사단, 미군·프랑스군 중심인 연합군 대대가 참여했고, 그중 300여 명이 전사했다. 북한군과 중공군 사망자는 3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4월 1일부터 지난 27일까지 국방부 유해발굴단이 발굴한 유해(325점)와 유품(2만3055점)의 수도 화살머리고지 전투의 치열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국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완전유해 1구가 처음으로 발굴됐고, 중국군(추정) 유해도 나왔다. 미군 방탄복과 프랑스군 인식표, 중국군 방독면 등의 유품도 발견됐다.
화살머리고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비상주 GP에서는 군사분계선, 인공기가 휘날리는 북한 초소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북한은 유해발굴 현장을 지켜보기 위해 감시초소를 세웠다.
안내를 맡은 관계자는 "앞에 보이는 산 정상의 아랫부분, 능선이 U자형으로 떨어지는 곳에 간이로 세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행안부는 접경지역 10개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하는 'DMZ 평화의 길' 동서횡단 구간 약 501㎞를 연결, 시군별 거점센터 10곳을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세울 계획이다. 철원 구간은 4월 27일 개방된 고성 구간에 이어 두 번째다. 3차 예정인 파주 구간은 8월 이후 개방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강화에서 'DMZ 평화의 길' 동서횡단 구간 노선조사 단계에서 대국민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민과 함께 만드는 도보여행길 조성을 위해 세부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