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씨 암 치료 효과?···부작용·의료법 위반 주의해야

2019-06-04 14:09
살구씨 식품 섭취 시 시안화중독 사고 위험 높아
사용금지 살구씨 식품 및 주사제 등 온라인 불법 유통

 

온라인몰에서 치료 및 식품 목적으로 판매 중인 살구씨 제품. (왼쪽부터) 살구씨 주사제, 아미그달리나[사진=소비자원]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살구씨 관련 식품·주사제 등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불법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네이버 쇼핑에서 ‘살구씨’, ‘행인(杏仁)’ 등으로 검색한 결과, 12개 품목 39개 제품이 살구씨 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고 4일 밝혔다.

살구씨는 다량 섭취할 경우 아미그달린(Amygdalin) 성분에 의한 시안화중독으로 다양한 부작용(구토·간 손상·혼수·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에서 살구씨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아미그달린이란 살구·복숭아 등의 핵과류 씨앗에 있는 시안배당체다. 효소에 의해 독성성분인 시안화수소(HCN)로 분해되며 과다 섭취할 경우 시안화수소 중독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네이버 쇼핑을 통해 검색한 39개 살구씨 제품은 섭취가 간편한 ‘통씨’가 15개(38.5%)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캡슐’ 5개(12.8%), ‘두부’ 4개(10.3%) 및 오일·젤리·통조림·즙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었다.

39개 제품 가운데 1개를 제외한 38개 제품은 해당 온라인몰에서 해외직구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다. 제품이 실제로 유통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소비자원에서 각 품목 당 1개 제품씩 12개 제품을 주문한 결과 모두 구입 가능했다.

특히 살구씨 식품을 구입해 고용량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는 경우 시안화수소 생성이 가속화돼 위험이 증가한다. 소비자원 조사결과 암 치료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이들을 병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실제로 소비자원 조사결과, 살구씨 주사제 1개 제품도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었다. 암 치료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해당 주사제를 직접 투여한다는 사례가 빈번하게 확인됐다.

일반인이 의약품을 직접 투여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 소관 부처의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살구씨 주사제 투여를 질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보건복지부에서 관련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미국 FDA의 경우 아미그달린(레트릴)을 말기 암 환자의 대체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가했었지만, 1977년 임상 시험 결과 암 치료에 효과가 없다며 허가를 취소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살구씨 판매 관련 업체에 자발적 회수·폐기 및 판매 중지를 권고했다. 해당 업체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