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人] '게임맨' 김병관 의원 나섰지만...게임 중독, 여전한 색안경이 걸림돌
2019-06-03 18:23
[데일리동방] 게임을 일탈・범죄 원인으로 돌리는 인식에 업계 출신 국회의원도 소매를 걷어붙이며 반격에 나섰다. 게임사들이 게임에 한정된 중독 논의를 디지털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해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서울 삼성동에서 개최한 토론회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에서 게임 중독 질병 코드 문제를 의료・산업・교육・문화계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태스크포스(TF)를 조성했을 때 디지털 콘텐츠와 기기 과다 사용 문제를 다루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가장 약한 고리인 게임이 첫 순서가 됐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앞으로 유튜브 같은 동영상 콘텐츠 역시 비슷한 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의원은 게임 업계 출신 1호 정치인으로 2010년 웹젠을 인수해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그는 대형 게임사(넷마블・nc소프트・넥슨)를 포함해 현업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역시 게임이 학습과 효율성에 대척점에 있다는 이유로 마녀사냥 당한다면 다른 모든 콘텐츠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결정은 권고이므로 한국이 그대로 따를 의무는 없지만 국제표준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로 만들어온 만큼 권고 효력이 발생하는 2022년 KCD 적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제도 정비 논의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논란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당장 게임을 ‘우리 아이 공부를 방해하는 나쁜 것’으로만 보는 인식과 ‘소설과 영화 등 다양한 요소가 합쳐진 종합 예술 콘텐츠’라는 시각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수출 효자 취급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규제 법안 발의로 업계가 몸살을 앓는 이유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질병화 시도가 과잉의료화를 위한 질병 만들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게이머는 중독에서 예외라는 의학계 기준대로라면 프로 지망생들은 게임장애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회적 자격으로 진단이 달라지는 질병도 있느냐는 물음이다. 학원 다녀와 자기 전 할 수 있는 놀이가 게임 뿐인 구조는 외면한 채 현상(학업능력 저하・일탈)을 현상(게임 이용)으로 덮는 일이 당연시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는 이번 질병코드화를 환영한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게임 업계는 사업과 함께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의 지지에 기대를 품고 있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게임을 모르는 세대의 편견 때문에 곳곳에서 때려도 맞기만 했다”며 “게임을 즐기던 학생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게임을 이해하는 어른’이 되었고 업계 역시 이들과 함께 성장해 요즘처럼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가 각종 규제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는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연초 중학생이 밤에 잠을 잘 자도록 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가가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밤에 잠 안 자는 이유가 게임 뿐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3년에는 정신의학자 출신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게임을 도박・마약・알콜 같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을 냈지만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같은당 손인춘 의원도 게임사 연간 매출액의 1%를 인터넷 게임 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