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립 20년] (상) 한국 인터넷의 맏형... 날개 달린 모자의 유래

2019-06-02 17:40
20주년 맞이한 네이버, 삼성SDS 사내 벤처에서 시작... 디자인조차 외주 주던 힘든 시절 겪어
지식인·카페·웹툰 등 혁신적 서비스로 한국 인터넷 시장 견인

 
한국 인터넷 기업의 맏형 네이버가 2일 창사 20주년을 맞이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초반, 무주공산이던 국내 포털 시장에서 쟁쟁한 외국 기업과 경쟁 끝에 국내 1위 포털 자리에 올랐다. 2010년 전후,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위기에 직면하는가 싶었으나, 일본에서 메신저 플랫폼 '라인'으로 제2의 도약에 성공했다. 미래 20년을 위해 글로벌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한 네이버. 네이버 창사 20주년을 맞아 네이버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전략을 정리·분석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네이버 창립 20년] (상) 한국 인터넷의 맏형··· 날개 달린 모자의 유래는 뭘까? 
[네이버 창립 20년] (중) 3000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 매출 5조 기업으로 우뚝
[네이버 창립 20년] (하) 미래 20년, '글로벌 기술' 기업 변신에 달렸다

네이버는 1999년 6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5명의 직원들과 함께 삼성SDS에서 독립해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항해하다'와 '사람'이라는 영어 단어를 합쳐 지금의 이름 'NAVER'를 만들었다. 인터넷을 항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네이버는 1997년 3월 발족한 삼성SDS의 사내 벤처 '웹글라이더'의 후신이다. 삼성SDS는 당시 인터넷 붐에 대응하기 위해 사내벤처 공모를 실시했고, 이에 이해진을 비롯한 삼성SDS 직원들은 인터넷의 핵심 기술인 '검색 엔진' 개발에 나섰다.

1998년 1월 웹글라이더가 개발한 검색엔진이 세상에 공개됐다. 현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구글보다도 6개월 빠른 행보였다. 삼성SDS는 검색엔진이 괜찮은 사업이지만 자사가 하기에는 시장규모가 작다고 여기고 네이버를 별도의 기업으로 독립시켰다.
 

지식의 정글인 인터넷을 탐험한다는 네이버의 초기 콘셉트. [사진=네이버 제공]

여느 창업 초기 기업이 다 그렇지만, 네이버도 인적 자원 부족에 시달렸다. 초기의 조악한 홈페이지가 그 증거다. 디자인에 대해 잘 모르는 개발자와 아르바이트 직원이 만들었다. 결국 삼성SDS 내 타 사내벤처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이승환 전 디자이너는 "매일 갈색조끼를 입고 다니던 이해진 창업주의 열정에 이끌려 눈에 잘 띄는 녹색·흰색 위주 홈페이지를 설계하고, 인터넷이라는 정글을 탐험하는 모험가라는 이미지에서 착안해 '날개 달린 모자'를 로고로 삼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네이버 디자인 철학은 20년이 흐른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시 국내 인터넷 검색엔진 시장에선 다음, 엠파스, 야후코리아 등이 삼파전을 벌였다. 네이버는 이들과 정면 승부하지 않고, 이들에게 자사의 검색엔진 기술을 판매하며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그 다음 눈을 돌린 분야가 게임이다. 2000년 7월 김범수 현 카카오 의장이 창업한 게임업체 '한게임'과 검색기술개발사 '서치솔루션' 등을 인수합병해 회사 이름을 'NHN'으로 변경했다. 공식적인 이름은 'Next Human Network'이지만, 실은 네이버와 한게임의 이니셜을 적절히 섞어서 만든 이름이라는 후문이다.

2000년대 들어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 통합검색, 쇼핑 등 지금의 주축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네이버 뉴스는 국내 언론사와의 제휴를 통해 현재 한국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KBS, 조선일보, 연합뉴스마저 제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서비스로 성장했다.
 

네이버 20주년 로고 '날개 달린 모자' 변천사.[사진=네이버 제공]

자그마한 인터넷 서비스에 불과했던 네이버가 한국 최대 포털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02년 10월 출시한 이용자 참여형 지식 공유 서비스 '지식검색(지식iN)'이다. 검색만으로는 알기 힘들었던 정보를 이용자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한국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2003년 12월에는 다음 카페를 벤치마킹해 네이버 카페를 선보였다. 당시 이해진 창업주가 구사한 네이버의 경영 전략은 간단했다. '무조건 경쟁사보다 좋게'였다. 다음보다 더 넉넉한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이메일·카페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당시 네이버의 경쟁사로 꼽히던 다음, 프리챌 등은 전자우표(이메일 유료화)나 카페 유료화 등 거듭된 실책으로 스스로 침몰했다.
 
한국 콘텐츠 시장의 판도를 바꾼 네이버 웹툰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6월 시작된 네이버 웹툰은 무너진 출판 만화 시장에서 우수한 인력을 끌어들이며 급성장했다. 네이버는 웹툰으로만 2018년 722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제 만화라는 단어 대신 웹툰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할 정도다.

지식인, 카페, 웹툰이라는 트로이카로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굳혔다. 많은 PC 시장의 강자가 침몰하던 2010년대에도 네이버는 라인, 스노우 등 모바일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며 기업의 체질을 전환했다. 라인은 일본, 태국 등 아태 지역에서 순항하며 글로벌 주요 모바일 메신저 중 하나로 입지를 다졌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