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허가 취소…이웅열 18년 바이오집념 '물거품'
2019-05-28 18:59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 ‘중대한 하자’ 남기고 퇴출
식약처 이어 주주·투약환자들도 공동소송 제기 예정
식약처 이어 주주·투약환자들도 공동소송 제기 예정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18년에 걸친 바이오 집념이 ‘허가취소’라는 오명으로 막을 내렸다.
투약 환자, 소액주주,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즉각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법의 심판을 촉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최초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대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져 품목허가를 취소한다"고 28일 밝혔다.
또 식약처는 인보사를 출시한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와 법인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첫 성공작, 세계에서도 아홉 번째였던 유전자 치료제는 결국 ‘중대한 하자’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긴 채 사라지게 됐다.
이번 식약처의 인보사 최종조사 결과는 지난달 본지(4월 12일자·‘식약처 “인보사 거짓 밝혀지면 허가취소·형사처벌”)의 단독보도로 이미 알려졌다. 당시 본지는 식약처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내다보고 있음을 단독 보도했다.
2012년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임상시험 등이 지체되며 출시가 늦춰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 전 회장은 “인보사는 나의 넷째 아이”라고 말하며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
2017년 7월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출시한 인보사에 대한 판매허가를 결정했다. 최근까지는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출시를 목표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진행한 주성분 확인시험에서 주성분 중 한 개 성분인 2액 세포가 한국에서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 3월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에 대해 자발적으로 유통·판매를 중지하기로 했다.
인보사 논란의 시작이었다.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조사 결과 허가 당시 제출했던 주성분의 세포와 실제 제품에 쓰인 세포가 다르다는 점이 드러났다.
식약처는 4월과 5월 관련 허가 인력·자료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했고, 5월엔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이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 미국 현지 실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2액은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고 식약처는 전했다.
강석연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인보사 판매)허가 전에 추가로 확인된 주요 사실을 숨기고 제출하지 않았다”며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보사 허가를 위해 제출한 서류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서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코오롱그룹도 인보사 허가 취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인보사 투여 환자, 소액주주 등이 줄줄이 공동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코오롱은 식약처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고의성 등에 대한 결과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품목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했으나 조작 또는 은폐사실은 없었다”며 "취소사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 투약환자 244명의 법무대리인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공동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사실을 은폐하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코오롱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승소로서 환자들에게 작게나마 위로를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보사 사태’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들도 이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00여명은 회사 및 경영진을 상대로 형사 고소 및 민사소송 절차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 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식약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의약품 성분이 바뀐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의약품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식약처도 공범”이라면서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식약처 책임자도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식약처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식약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성명을 통해 “의약품 성분이 바뀐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의약품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식약처도 공범”이라면서 “인보사 사태와 관련된 식약처 책임자도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