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SWOT 분석 3] SK그룹, '투자형 지주사' 본색

2019-05-21 15:00
M&A 성장, 포트폴리오 균형...신성장 동력 확대ㆍ4차 산업 경쟁 심화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주요 기업의 산적한 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3~4세 시대 개막과 경영권 문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따른 제품 경쟁력 회복 등 내부의 약점과 외부 위협을 기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데일리동방은 대기업집단을 SWOT(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구분해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동방] SK㈜는 그룹 DNA를 관통한다. 일반 지주회사와 달리 ‘투자형 지주사’로서 지속 성장 가능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궁극적 목적은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확대와 사회적 가치 추구에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SK㈜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방안으로 주력 자회사(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신성장 투자회사(제약, CMO, 소재, 에너지 등)를 확보하기 위해 미래성장 후보군(물류인프라사업의 e-Shang Redwood, 동박 사업의 Watson, 스마트글래스의 Kinestral 등)을 소개했다.

최근에는 미래 성장 후보군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집행했다. 이에 따른 기대는 물론 한편으로는 우려(무분별한 투자)를 해소하고 주력 자회사로 자리매김한 4대 신성장 투자 사업의 진척 현황도 공유했다.

◇강점: 인수합병(M&A) 귀재·포트폴리오 균형

지난 2012년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전신인 현대전자는 ‘주인 없는 기업’으로 불리며 10년을 넘는 기간 동안 표류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산업 전망은 긍정적이었지만 고가 인수 등 우려도 존재했다”면서도 “주인을 찾았다는 안도감만이 있을 뿐 실질적으로 SK그룹이 하이닉스 가치제고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보면 하이닉스 인수는 ‘신의 한수’”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지주회사인 SK㈜ 손자회사다. 지분구조상 SK㈜ 연결기준 실적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그룹 사업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SK㈜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 E&S, 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지난 2016년 SK머티리얼즈 인수, 2017년 SK실트론 지분매입 등을 통해 그룹 사업기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룹 사업 측면으로 보면 정유·화학, 정보통신(SK브로드밴드 포함), 반도체, 발전·도시가스(SK E&S), 건설 등 경기변동에 민감한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산업은 경기변동에 따라 상이한 모습을 보이면서 포트폴리오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정유·화학과 정보통신 등은 국내 수위의 시장 지위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수한 사업안정성은 그룹 캐시카우(Cash Cow)이자 외형 확장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지속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본축적과 현금창출력에 힘입어 SK㈜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대비 5.1%포인트 낮아진 134.8%를 기록했다.

◇약점: 미완성 지배구조·대규모 투자 부담

SK하이닉스는 그룹 주력 계열사지만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인수대상 기업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야 한다. 최근 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을 인적분할 혹은 물적분할해 SK㈜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SK그룹은 우수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라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대표적 규제산업인 통신사업이다. 그 특성상 현금창출은 안정적이지만 새 사업을 추진할 때 걸림돌이 많다.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빠른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통신과 정유·화학은 대표적으로 자본적지출(CAPEX)이 많은 산업이다. 수익성 확보 목적으로는 충분하지만 그룹 성장 측면에서는 부담이라 할 수 있다.

◇기회: 신흥국 성장·4차 산업혁명

최근 SK그룹은 베트남 빈그룹 지주사 지분 6.1%를 10억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5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과 대면한지 1년만의 일이다. 빈그룹은 부동산개발, 유통, 호텔·리조트,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사들였다. 베트남 1, 2위 기업과 관계를 공고히 하며 신시장 개척의 기반을 다졌다.

동남아 국가들은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하다. 현지 기업들과의 공고한 파트너십은 신흥국 성장 기대감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실적(석유개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SK㈜는 지난해 1월 카셰어링업체 쏘카와 함께 말레이시아에 합작법인을 세웠다. 동남아시아 1위 차량공유업체인 그랩에도 투자하면서 신흥국 성장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그룹의 이러한 행보는 계열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SK텔레콤은 통신사로 5G 시대 개화의 중심에 서 있다.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인포테인먼트·텔레메틱스 등 ‘통신’이 필수다. 그룹이 추구하는 사업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 기대감도 높인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에 집중하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그룹 전체가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위협: 신성장 동력 경쟁심화 우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각종 산업 패러다임 변화는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기업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선점이 중요한 시장이라 할 수 있으며 경쟁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SK그룹이 통신과 정유 등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정글 같은 환경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 3년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스마트공장 육성을 위해 투자한 스타트업 규모만 3400억원가량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모두가 영역을 넘어 경쟁하는 시대인 만큼 SK그룹에 위협은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도 “그동안 M&A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한 점을 비춰보면 향후에도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K㈜가 단순 지주사가 이난 투자 지주사인 만큼 개별 자회사 혹은 그룹에 편입될 기업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