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韓기업 사드 탓 말아야"…中경제 변화 대응 주문
2019-05-20 15:52
사드 제재 풀려도 예전 호황 어려워
中 소득 향상, 소비재·서비스 노려야
무역전쟁, 韓경제 영향 모니터링 중
習 방한 등 외교·안보 이슈는 말아껴
中 소득 향상, 소비재·서비스 노려야
무역전쟁, 韓경제 영향 모니터링 중
習 방한 등 외교·안보 이슈는 말아껴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한·중 간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창출의 필요성을 재강조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제재가 풀려도 한국 기업이 예전의 호황을 누리기 어려워진 만큼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장 대사는 20일 베이징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사드로 인해 불편함이 생기면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진 부분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사드 문제 이전부터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 이상에서 5% 미만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며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는 더이상 중국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2006년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을 때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어떻게 했었는지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진출 전략을 첨단기술 산업과 소비재·서비스업 중심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장 대사는 "랴오닝성 선양시를 방문했을 때 수소차나 로봇 분야의 한국 기업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과 관련해서도 중국 측이 상당히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장 대사는 한국 단체관광 제한과 한류 콘텐츠 유통 금지 등 사드 관련 제재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선양 롯데월드 공사가 재개됐고 이번주에 선양에서 한국주간 행사가 열리는 데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며 "단체관광과 문화 콘텐츠 문제가 남았는데 고위급 교류를 지속하며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서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 대사는 "지난주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90주년 행사를 다녀왔는데 (중국의) 원로 경제학자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해 놀랐다"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주미 한국대사관과도 의견을 주고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화 절하와 더불어 최근 원화 절하폭이 커지는 것도 우려스럽다"며 "대사관 내 태스크포스(TF)에서 우리 기업들과 면담하며 문제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분야와 달리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6월 방한설에는 "긴밀히 소통 중이지만 정해진 건 없다"며 "구체적인 회담 의제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5년 만에 방중했지만 시 주석을 만나지 못하면서 '한국 홀대론'이 불거진 데 대해서는 "그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고위급 교류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짧게 답했다.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 달라'고 압박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배석했을 당시) 그런 발언으로 들리지 않았다"며 "원론적인 차원에서 아주 짧게 언급됐다"고 반박했다.
장 대사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중국 측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며 "자칫 북·미 대화가 지체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