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봉쇄 후폭풍... 전 세계 5G 구축 늦어지나

2019-05-20 00:00
화웨이, 퀄컴·인텔 등 핵심 부품사 공급길 막혀 스마트폰·통신장비 경쟁력 저하 우려
화웨이 수출 美 기업들도 주가 일제히 하락...전문가

미국 트럼프 정부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 후 화웨이와 거래하는 전 세계 기업이 혼란에 빠졌다. 미 정부의 제재 발표 다음 날 곧바로 발효돼 각국 기업들은 대응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제품의 범위도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5G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전 세계에 판매하는 화웨이가 미국기업으로부터의 부품 조달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각국의 5G 서비스 개시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화웨이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화웨이와 거래하는 공급사.[그래픽= 김효곤 기자]


화웨이는 전 세계 170여개국, 글로벌 500대 기업에 유·무선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선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화웨이 통신장비로 5G 기지국을 세웠다.   

이제 화웨이는 미국 주요 거래처로부터 핵심 부품을 들여올 수 없게 돼 통신장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웨이의 핵심 부품사는 92곳이다. 이 중 미국 기업이 33개로 3분의1을 차지한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이 11개, 중국 25개, 대만 10개다.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곳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미국 기업인 퀄컴과 인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은 11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반도체 부품을 화웨이에 공급한다. 화웨이가 지난해 부품을 들여오는 데 지출한 총비용이 700억 달러(약 84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핵심 부품의 공급 중단으로 화웨이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퀄컴이 공급하는 반도체는 현재 대체 제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대비해 1년치의 핵심 부품 재고를 쌓아둔 상태다.
 

[화웨이 간판, 사진=중국 시나닷컴]

미국 기업의 부품 수출 금지조치가 소프트웨어까지 확대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화웨이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됐는데, 안드로이드를 탑재할 수 없게 되면 구글맵, 지메일 등 핵심 애플리케이션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미국 스스로의 국익을 크게 저하시킬 양날의 칼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수출길을 강제로 차단당한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선 퀄컴(4%↓)과 코보(7.14%↓), 자일링스(7.27%), 브로드컴(2.33%↓) 등 화웨이와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기도 했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미국 무선 통신장비의 90% 이상을 에릭슨과 노키아가 독점해왔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은 수년 동안 두 공급업체의 장비를 이용할 때마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열등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18일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적 둔화가 예상되지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기업이 반도체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접 조달해서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의 기술력이 우수해서 전 세계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