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에 뿔난 운용사
2019-05-19 18:47
자산운용업계가 한국투자공사(KIC)법을 고치려는 정치권에 뿔났다. 법을 바꾸면 KIC는 연기금 자산까지 굴릴 수 있다. 가뜩이나 외국 자산운용사에만 돈을 맡겨온 KIC가 덩치를 더욱 키운다는 얘기다.
◆운용사 사장단 KIC법 개정안에 반대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사장단은 이달 15일에도 KIC법 개정을 막으려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다.
최희남 KIC 사장은 얼마 전 운용자산을 2000억 달러(약 240조원) 이상으로 늘려 세계 10대 국부펀드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개정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KIC는 지금도 14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산을 모두 해외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부동산)로만 굴린다.
개정안은 주요 연기금 투자처를 해외로 넓혀 수익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가장 큰 연기금인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비중을 30% 안팎으로 유지해왔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2018년 -0.92%로 저조했다. 결국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40%대로 늘리기로 했다.
◆KIC 쏠림이 운용산업 역량 꺾을 수도
자산운용업계는 KIC 독식을 우려한다. 그나마 국내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겨온 연기금마저 줄어들 수 있다. KIC와 같은 국부펀드가 자국 금융사와 경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KIC는 국내 자산운용사를 철저하게 외면해왔다. KIC가 국부유출 논란을 낳아온 이유다. 실제로 KIC를 세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외국 자산운용사에 준 수수료만 6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2018년 총자산 가운데 0.46%만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겼다.
자산운용업계는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 금융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해외 국부펀드는 자국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겨 관련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며 "애초 KIC도 우리 금융산업 경쟁력을 키우려고 만든 기관"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사장단은 곧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