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특형' 신하균 "데뷔 21년 차, 아직도 연기가 긴장 돼…시작 전 용기 필요"
2019-05-17 16:41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감독 육상효)는 지체장애인인 형과 지적장애인인 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두 장애인은 '생존'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서로를 이용하고 분투하며 또한 아끼고 사랑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이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것을 애달프거나 안쓰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 분)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분)는 결국 때로는 치열하게, 때로는 비겁하게 사는 '보통'의 사람일 뿐이라고. '나의 특별한 형제'는 말하고 있다.
"그간 보여준 장애인에 관한 시각을 많이 바꾸려고 해서 좋았어요. 예컨대 동정심을 유발한다거나,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거나 하지 않아서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죠. 장애인 역시 똑같은 사람이고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게, 우리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요. 약한 부분을 가지고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즐겁게 살아가자는 이야기죠."
바로 그 점이 배우 신하균(45)을 '나의 특별한 형제' 출연으로 이끌었다. 어떤 편견이나 감정 없이 인물들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 말이다. 신하균 역시 이러한 영화의 시선을 본받아 영화를, 세하를 대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류, '우리 형' 성현, '예의 없는 것들' 킬라 등에 이르기까지 몸이 불편한 인물들을 자주 표현해왔던 신하균은 오히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장애인들에 관한 편견들, 측은지심이 더욱 불편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대화를 나눌수록 신하균의 '작품선택'에 관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복수는 나의 것'부터 '우리 형' '예의 없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신경 쓰이고 그 인물들의 상황과 마음이 신경 쓰이며 들여다보게 되는 신하균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가 가까이서 본 '문제점'은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고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요. '고민해 보자'는 건 영화에서 던지고 싶은 거고, 직접 제가 입 밖으로 내기에는 아직 저도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소외된 사람, 소수의 이야기에 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잊고 사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계속해나가고 싶죠."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지체장애인 최승규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씨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부터 시작됐다. 육상효 감독은 1996년 광주 모 복지원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스크린으로 옮겼다고.
"저도 다큐멘터리에 관해서 알고 있었는데 일부러 영화 시작 전 보지 않았어요. 영화 안에서 세하와 동구를 창조하기 위함이었죠."
신하균은 오로지 시나리오 안에서 세하의 감정에 충실했다. 신하균은 홀로 복지원인 '책임의 집' 아이들을 안고 살아가려는 세하를 보며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따금 세하가 불쌍하게 느껴졌어요. 저 많은 짐을 책임감 때문에 안고 살아가야 하니까요. 본인이 그것으로 얻는 점도 있겠지만 그게 안타깝고 슬픈 감정이 깔려 있잖아요. 제가 본 입장은 그랬어요."
세하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상대 배우인 이광수의 호흡도 중요했다. 신하균은 이광수를 "눈이 좋은 배우"라 칭찬하며 어린아이의 모습이 있다고 거들었다.
"주변에서 (이)광수 칭찬을 많이 했었어요. 막연히 예능 이미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아주 다르더라고요. 더 없이 진지하고 말수도 적었어요. 연기할 땐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는데, 몰입력이 좋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에 감탄했어요. 진정성을 가지고 표현하려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우리영화가 코미디적인 표현이 있어서 자칫 뭔가 하려고 하면 위험해질 수 있거든요. 희화화된다거나. 그런데 그런 걸 배제하고 감정에 충실하면서 동구를 따라가는데 '연기를 잘하는 배우구나'하는 들었어요."
신하균은 '관객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자 동구의 수영 선생님 미현 역의 이솜에 관해서도 칭찬했다.
"이솜 씨는 영리한 배우예요. 본인이 해야 할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미현의 시각은 곧 관객의 시각이거든요. 그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인데 자연스럽게 해낸 거 같아요. 자연스럽게 연기해주지 않았으면 이런 느낌이 안 났겠죠."
데뷔 21년 차 배우 신하균은 아직도 영화 시작 전 긴장을 많이 한다며, 어떤 작품 앞에서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면서.
"이번 작품도 그랬어요. 내가 세하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죠.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거 같아요.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더라고요. 계속 새로움을 드려야 하고 고민하다 보니 그런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신하균에게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볼 예비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했다.
"뜨거운 영화는 아니고 따듯한 영화니까. 관객들의 가슴에 스며드는 촉촉한 영화니까요. 그런 부분을 느끼고 싶다면 소중한 분과 봐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