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역전쟁 속 위안화 환율 방어...홍콩서 3조원 채권 발행

2019-05-16 07:31
인민은행, 200억위안 중앙은행債 발행…위안화 절상 유도
달러 대비 위안화 올 들어 2% 이상 급락…심리적 마지노선 '7위안' 육박

최근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위안화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가자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고자 중앙은행 채권 발행에 나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5일 정오 웹사이트를 통해 홍콩에서 총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Central Bank Bill)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밝혔다고 홍콩 명보 등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3개월물과 1년물 각각 100억 위안 어치씩이다. 3개월물과 1년물 금리는 각각 3.0%, 3.1%로 형성됐다.

[사진=인민은행 홈페이지]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채권으로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장치다.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결과적으로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올 2월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발행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15일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으로 홍콩 은행 간 하루짜리 위안화 대출금리(hibor·하이보)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15일 인민은행은 위안/달러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2% 오른(위안화 절하) 6.864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로써 5거래일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위안화 환율은 이날 연중 최고치도 갈아치웠다. 앞서 13일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달러 환율은 하루에만 1% 넘게 오르며 6.9위안도 돌파했다. 위안화 환율이 올랐다는 건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 속에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이달 들어서만 2% 넘게 하락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선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올 들어 4월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위안화는 오름세를 보이며 절상 폭은 2%에 달했다. 하지만 5월 들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우려로 위안화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올 들어 상승폭을 모두 까먹었다.

UBS은행은 15일 무역전쟁 격화로 위안/달러 환율이 연말 7위안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왕타오 UBS은행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위안화 절하 압박이 대폭 커질 것이라며 위안/달러 환율이 7.2위안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급락을 막기 위한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 속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인민은행은 14일 산하 경제매체인 금융시보를 통해 위안화 환율은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카드가 아님을 주장했다. 신문은 단기적으로 위안화가 절하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급락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무역전쟁 불확실성 속에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지도부의 환율 방어 노력, 무역협상 재개, 경기회복세 등에 힘입어 안정적 흐름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료=인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