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롯데처럼…" 韓 대기업, 미국 진출 속도

2019-05-15 00:15
트럼프 “롯데케미칼, 북미 최대 투자…한미동맹 결과”
SK이노·삼성·LG전자·한화 이어 CJ·신세계 대미진출 속도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에서 둘째)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셋째) 등이 9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공장 준공식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제공]



롯데그룹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자,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롯데케미칼처럼 공장 건설, 지분 인수 등 미국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cia First)’ 정책 압박과 미국 경기 호황이 맞물리면서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한국 기업들의 중론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 10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을 준공했다.

총 사업비가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로 국내 단일 기업의 대미 투자로는 역대 둘째 규모이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롯데는 전체 지분의 88%를 투자했다.

이를 기뻐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까지 했다. 한국 대기업 총수로서는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준공식 당일 축전에서 롯데의 투자에 대해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겼다. 면담 직후에는 트위터에 “롯데가 미국민을 위한 일자리 수천개를 만들었다”면서 “한국 같은 훌륭한 파트너들은 미국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들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착공했다. 1, 2단계에 총 16억7000만 달러를, 장기적으로 총 50억 달러를 투입해 50GWh 규모로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을 건설, 가동을 준비 중이다. 한화큐셀코리아는 미국 조지아주와 태양광모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대기업의 미국행은 CJ, 신세계 등 유통기업에서도 활발하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한식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워 현지 만두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만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LA와 뉴저지 등에 총 5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한 상태다. 지난해는 현지 대형 식품회사인 슈완스와 카히키를 인수, 현지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2006년 미국에 첫 진출, 최근 DSC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며 식품물류 부문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CJENM은 2012년 한류문화 컨벤션 페스티벌인 ’케이콘(KCON)’을 미국서 처음 개최한 뒤 해마다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는 2018년 12월 미 서부지역 24개 유통매장을 보유한 ‘굿푸드 홀딩스’를 인수,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올 연말에는 로스앤젤레스에 자사의 프리미엄 마켓인 ‘PK마켓’을 열어 현지 유통 매장과 경쟁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은 전통적인 해외진출 요충지이자, 최근 경기 호황으로 대기업들의 현지화가 거세다”면서 “롯데의 대규모 투자를 분수령으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