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멘트업계 - 중] ‘환율·유가·단가 삼중고’... 기간산업 후광도 옛말
2019-05-15 06:00
미세먼지 이슈로 규제 산업 낙인... 올해 건설경기 회복 불확성에 실적 부진 전망도
시멘트업계가 원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 단가 경쟁이라는 '삼중고'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어려움도 호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건설경기 회복이 불확실해지면서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등 국내 시멘트업계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단가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량 제품 납품으로 업계 4위(2018년 매출 기준)인 성신양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업체들의 전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국내 시멘트업계가 지나친 단가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 등 국내 7개사의 t당 평균 시멘트 가격은 2017년 6만3993원에서 지난해 6만1610원으로 3.72% 하락했다.
호가를 기록했던 2014(6만8095원)년과 비교하면 무려 9.52%나 줄어든 것이다. 과점 시장이라 규제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제한적인 것을 고려하면 뼈아픈 수치다. 지난해 쌍용양회 등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가 인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경우 결국 국내 시멘트업계 전체의 건전성이 저해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원화가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제조 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과 전력이 상당량 사용되는 데 이는 환율과 유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 기준 서울외환시장 원·달러 환율은 최고 1188.5원까지 오르며 장중 연고점(1182.9원)을 넘어섰다. 미·중 무역협상 무산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원화가치는 당분간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공개한 5월 전망에서 WTI와 브렌트유의 올해 평균 가격을 전 달 전망 보다 배럴당 3~4달러 상향 조정했다. 올해 1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배럴당 9달러 정도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EIA의 5월 전망에 따르면 WTI 올해 평균 가격은 배럴당 62.79달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브렌트유 69.64달러). 베네수엘라 소요 사태 등으로 인해 당초 예상과 달리 석유 수급 균형에 균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는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을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점 이 있다"며 "레미콘과 건설업계 등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이 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국내 시멘트업계를 지탱하게 해주던 기간산업이라는 후광도 이제 옛말이 된 상태다. 정부 지원은커녕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인해 규제해야 할 산업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가통계 기준 배출량 상위 10위 배출원 가운데 시멘트·제철 등 제1차 금속산업이 연간 6만1849t(25.2%)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자료 등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는 지난 13일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업체를 찾아 현지 실태점검을 하고 현실적인 저감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며 “올해 지역자원시설세 등 각종 세금도 더해질 경우 부담이 지나치게 커진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 아파트 건설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지난해 정체기로 돌아선 상황에서 올해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대내외적으로 팽패하다"라고 말했다.